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북한이 24시간여에 걸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 잇따라 초강경 대남 압박 메시지를 내면서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불만 차원을 넘어 남북 관계 전반을 긴장 국면으로 완전히 전환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은 13일 밤 담화를 내고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듯 하다"며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해 대적사업 연관 부서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전날 자정쯤에는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이 ‘북남 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개인 담화를 내고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금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청와대는 지난 11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고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물품 살포 행위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장 통전부장은 이같은 청와대 입장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조선 속담이 그른데 없다"며 "우리로서는 믿음보다 의혹이 더 간다"고 했다. 또 "이것이 청와대가 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며 꾸며낸 술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좌우상하 눈치를 살피고 좌고우면하면서 번지르르하게 말 보따리만 풀어놓는 것이 남조선 당국"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에는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담화를 내고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며 "북미대화가 없고 비핵화가 날아난(날아간) 것은 중재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비핵화를 위한 여건 조성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제1부부장도 "2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당장 해낼 능력과 배짱에 있는 것들이라면 남북관계가 여지껏 이 모양이겠냐”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코로나 사태와 대북 제재 등으로 인한 내부의 누적된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한반도 상황 전반을 다시 군사적 위기 국면으로 몰고가려는 것 같다”며 “현재까지 북한의 조치들을 보면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며, 정부가 이제라도 구체적이고 명확한 로드맵을 갖고 대응하지 않으면 심각한 난국에 빠질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