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인간 프로젝트:근대 광고의 풍경|권창규 지음|서해문집|248쪽|1만7000원 “문명적(文明的) 조미료 아지노모도(味の素).” “문화적인 가정에 없어서는 안 될 조미료.” 1930년대 국내 신문에서 숱하게 마주치는 광고 중 하나가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도’였다. MSG(글루탐산나트륨)의 제왕으로 선전되며 큰 인기를 끌었는데, 요즘은 ‘MSG 무첨가’가 미덕인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그런데 포항공대 대우교수로서 한국 근현대 문화를 연구하는 저자의 관심은 조금 다른 데 있다. 많은 광고가 '문명'과 '문화', 즉 구미의 근대 국제 질서를 선전 문구로 썼다는 것이다. 갓 대신 중절모를 쓰고, 잿물과 소금 대신 비누와 치약을 쓰는 소비 행위를 해야 '문명인'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인조인간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의미는 ‘한 세기 전 근대 광고의 궁극적 목표가 사람을 소비 인간으로 인조(人造)해내는 데 있었다’는 것이다. 약, 화장품, 옷, 신발, 와인까지. 생각보다 훨씬 다채롭고 ‘모던’한 1920~1930년대 광고들이 읽는 맛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