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시민단체들은 최근 윤미향, 조국, 오거돈 등 여권 인사 관련 파문에 대해 거의 침묵하면서 축소·평가절하를 시도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진보 진영 내부에서 문제가 터지면 끼리끼리 눈감고 덮어주는 '침묵의 카르텔'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반면 미래통합당 등 보수 진영에 대해서는 문제를 집중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을 잃었다" "시민단체가 진영 내부 문제에는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은 더불어민주당 윤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달 12일부터 3일 연속 성명을 내고 정의연을 옹호했다. 여성연합은 정의연의 기부금 유용 의혹에 대해 "일부 회계 미숙일 뿐"이라고 했고, 정의연을 둘러싼 의혹 제기에 대해 "일본군위안부 운동을 분열시키고 훼손하려는 움직임"이라거나 "피해자 명예훼손·인권침해를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계종이 운영하는 '나눔의 집' 횡령 의혹에는 별도 성명을 통해 "회계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각종 의혹을 투명하게 밝혀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연합 김영순 대표는 정의연 이사도 맡고 있다. 일부 진보 인사가 여러 단체 대표·임원 등을 겸직하면서 내부 문제를 묻어두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연합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태에 대해서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가해자를 처벌하라"면서도 동시에 "정치적 이용을 중단하라" "오 전 시장 사건 은폐 의혹 제기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주장을 폈다. 일각에서 '오 전 시장 측이 총선 정국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사건이 공개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에 대한 간접적 방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연합은 작년 5월 나경원 전 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을 향해 '달창'이라고 발언했다가 사과한 것에 대해선 "구태" "단순 실수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작년 9월에는 한국당 정갑윤 전 의원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미혼인 점을 들며 "본인 출세도 좋지만 국가 발전에도 기여해달라"고 한 것에 대해 "성차별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남국 민주당 의원의 팟캐스트 음담패설 논란 등에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 2018년 친문(親文) 이윤택 연출가의 극단원 상습 추행 때도 여성단체들은 일주일이나 침묵하다가 여론에 떠밀리듯 성명을 냈다. 작년 5월 민주당 소속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의장의 아내 폭행 사망 사건을 두고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진보 진영 최대 단체인 참여연대에 대해서도 "주로 야권에 대해서만 선택적인 비판 활동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참여연대는 '조국 사태' 당시 회계 불투명 등을 비판한 김경율 전 경제금융센터 소장을 오히려 징계하려다가 철회했다. 김 전 소장은 참여연대를 탈퇴해 "환관 같은 시민단체가 판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작년 4월 패스트트랙 여야 충돌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이 무법천지를 만들었다"고 비판했지만 민주당은 비판하지 않았다.

알려왔습니다

본지는 6월 12일 '성추행·인권침해도… 野엔 벌떼, 與엔 침묵'의 기사에서 참여연대가 조국 사태 당시 회계 불투명 등을 비판한 김경율 전 경제금융센터 소장을 징계하려다 철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참여연대는 SNS 상의 부적절한 표현이 징계 회부 사유였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