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사주 A씨는 회사 명의로 16억원 상당의 '수퍼카' 6대를 사들였다. 그런데 이 차들을 업무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본인과 전업주부인 배우자, 대학생인 두 자녀가 자가용으로 사용했다. 또 회사 이름으로 사들인 27억원 상당의 고급 콘도를 가족 전용 별장으로 썼고, 회사 법인카드로 명품을 사거나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A씨는 임원 명의의 위장 계열사를 만들어 회사 자금을 빼돌리기도 했다. 국세청은 정보수집 및 자료 분석을 토대로 거액의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 자산가 24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8일 밝혔다.
조사 대상 24명은 평균 자산이 1462억원에 달하는데도 개인적인 지출에 회삿돈을 많이 끌어다 썼다.
◇회사 명의 '수퍼카' 자식에게 주고, 80대 후반 부모 임직원으로 올리고
조사 대상 중 친환경 소재 제품 업체의 사주 B씨는 회사 이름으로 13억원 상당의 초고가 스포츠카 2대를 산 뒤, 자신의 아내와 대학생 자녀에게 개인 자가용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거기에 회사 명의의 80억원짜리 강남 최고급 아파트를 가족 주거용으로 썼다.
배우자와 자녀는 회사의 법인카드로 명품 가방을 산 뒤 이를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과시하기도 했다. B씨는 회사 자산을 사적으로 이용한 것 이외에도 주식을 명의 신탁하거나 우회해서 증여하고, 원가를 부풀리고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 24명 중 9명이 회사 명의의 고가 자동차를 사적으로 이용했는데, 이들이 사용한 법인 명의 수퍼카는 총 41대, 금액으로는 102억원에 달한다. 이들 중에는 고가의 수퍼카를 7대나 보유한 사람도 있었다.
사주의 가족을 회사 임직원으로 올려놓고 고액의 급여를 타가는 경우도 있었다. 유명 식품 프랜차이즈 업체의 사주 C씨는 80대 후반의 부모와 배우자, 자녀를 회사 임직원으로 올려 5년 동안 45억원가량의 급여를 줬다.
또 C씨의 자녀가 해외 유학을 할 때 아예 자녀가 있는 곳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놓고 여기에 외화를 보낸 다음, 자녀의 유학 비용과 고급 주택 월세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C씨는 자신의 회사와 거래처의 가운데에 '페이퍼 컴퍼니'를 끼워 넣어 회사 자금을 부당하게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허위 고액 급여나 고가 회사 차 사적 유용하는 법인은 탈세 위험도 커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가족에게 급여를 주거나, 고가의 회사 차량을 사적으로 쓰게 한 경우 해당 법인은 탈세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이 '딥러닝(deep-learning)' 기법을 활용, 최근 4년간 연 매출 100억원 이상 법인의 세무조사 사례를 토대로 탈세 위험을 예측·분석한 결과 실제 근무하지 않은 가족 등에게 1억원 이상 급여를 지급하거나, 고가의 회사 차를 사적으로 쓰다가 적발된 경우 해당 법인의 탈세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 매출 5000억원 이상 법인이 일반 법인 조사를 받고 국세청으로부터 평균적으로 추징당한 금액은 143억2000만원이었지만, 1억원 이상 고액 급여 지급, 법인 자동차 사적 유용 등의 사례가 적발된 법인은 평균 443억6000만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이런 현상은 기업의 매출 규모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나타났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사주 및 이익을 나눠 받은 가족들의 재산 형성 과정 전반과 탈루 혐의가 있는 관련 기업까지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라면서 "조사 과정에서 증빙 자료의 조작, 차명 계좌의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