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풋감의 떫은 맛을 감지할 수 있는 ‘전자 혀’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와인 감정가인 소믈리에보다 10배나 더 민감해 주류·식품 산업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고현협 교수팀은 “인체의 맛 감지 원리를 모방해 ‘떫은맛’을 감지하는 ’전자 혀’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인공 혀 원리.

◇사람의 혀 점막에서 떫은 맛 감지하는 원리 모방

와인이나 덜 익은 과일을 먹으면 입안이 텁텁해지는 떫은맛을 느낄 수 있다. 탄닌과 같은 ‘떫은맛 분자’가 혀 점막 단백질과 결합하면 만들어지는 물질(응집체)이 점막을 자극(압력)하고, 인체는 이를 떫은맛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반면 단맛이나 짠맛은 혀 돌기 속 미뢰(맛 감지세포 덩어리)가 그 맛을 감지한다. 떫은맛을 감지하려면 이미 개발된 단맛 등을 감지하는 전자 혀와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전자 혀 개발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혀 점막에서 일어나는 떫은맛 감지 원리를 모방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고분자 젤은 혀 점막 단백질 역할을 하는 ‘뮤신’과 염화리튬이온을 포함하고 있으며 미세한 구멍(다공성)이 아주 많다.

뮤신이 떫은맛 분자와 결합하면 미세 구멍안에서 물과 섞이지 않는 ‘소수성 응집체’가 만들어진다. 이는 염화리튬이온의 전도성(이온의 움직임 정도)을 변화시켜 떫은맛을 전기적 신호로 검출할 수 있다.

◇와인, 덜 익은 감 떫은 맛 정량적으로 감별

연구진은 개발한 전자 혀로 와인, 덜 익은 감, 홍차 등의 떫은 맛을 감지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전자 혀는 레드, 화이트, 로제 와인 등 다양한 와인의 떫은 맛 정도를 정량적으로 감별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전자 혀는 검출해 낼 수 있는 떫은맛 범위도 넓을 뿐만 아니라 센서에 접촉 즉시 떫은맛 정도를 알아낼 수 있다. 제1저자인 염정희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훈련의 받은 전문가는 수십 마이크로몰(μM) 농도의 떫은 맛 검출 할 수 있는데 반해 이번에 개발된 전자 혀는 2~3 마이크로 몰 농도 수준의 떫은맛까지 검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현협 교수는 “제작이 간편하고 분석을 위한 복잡한 준비 과정이 없어 식품, 주류 산업 뿐만 아니라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