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5일 오전 마스크 제조업체 웰킵스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이와 같은 문구가 떴다. 이날 국내 처음으로 숨 쉬기 편하고 비말(침방울) 차단 효과를 인증받은 '언택트 마스크' 판매를 시작하면서 접속자가 폭주했기 때문이다. 장당 500원에 최대 30장까지 살 수 있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여름용 마스크'로 불리는 새 마스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이날 오전 9시에 판매를 시작, 한때 800만 명이 동시 접속하면서 결제가 마비되기도 했고 오후 2시 무렵 판매 수량 20만 장이 품절됐다. 웰킵스 관계자는 "한국인터넷진흥원 측에서 해킹 공격을 당한 것 아니냐고 연락이 오기도 했다"면서 "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홈페이지 정비 등을 거쳐 오는 8일부터 판매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더위에 비말 차단용 마스크 인기 폭발

웰킵스의 언택트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비말 차단 효과 인증(KF-AD)을 주고 민간에서 판매하도록 한 국내 첫 '비말 차단용 마스크'다. 덴탈마스크와 비슷한 수준의 비말 차단 기능(KF 기준 55~80%)의 필터를 달았다. 지금까지 웰킵스의 자회사인 피앤티디, 건영크리텍, 파인텍, 케이엠 등 네 곳이 비말 차단용 마스크 식약처 인증을 받았고, 이날 웰킵스가 가장 먼저 판매에 들어간 것이다.

왼쪽이 비말 차단용, 오른쪽은 KF94 - 5일 온라인으로 판매를 시작한 ‘비말 차단용(KF-AD) 마스크’를 만든 웰킵스의 한 직원이 샘플(왼쪽)을 KF94 마스크와 비교해서 보여주고 있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식약처가 지난달 29일 "침방울을 차단해서 감염 예방 효과는 있으면서도 여름철 일상생활에서 장시간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새로운 마스크 유형을 도입한다"고 발표하면서부터 '품절 대란' 우려가 제기됐다. 가격도 공적 마스크(장당 1500원)보다 저렴한 데다가 개인별 구매 횟수나 수량의 제한이 없는 민간 판매 방식이고, 무엇보다 낮 기온이 30도 안팎으로 오르며 보건용 KF80·94 마스크 수요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KF94 찾는 사람 줄어들어

비말 차단용 마스크 대란 이전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공적 마스크 가격이 비싸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었다. 직장인 박모(31)씨는 지난 2일 유통업체 다이소의 용산구 한 매장에서 KF94 마스크 두 장을 2000원에 샀다. 장당 1000원꼴로, 약국에서 장당 1500원인 공적 마스크 가격의 3분의 2 수준이다. 박씨는 "나라에서 파는 마스크가 왜 더 비싼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대형 유통업체 롯데마트에선 장당 1200원짜리가 나왔고, 마스크 제작 업체들의 홈페이지에서도 장당 880원에 공적 마스크와 같은 성능의 마스크를 살 수 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공적 마스크보다 오히려 물량이 부족해 소비자들 사이에선 "공적 마스크보다 싼 마스크에 줄 서기가 새로 생겼다"는 말까지 나왔다.

업계에선 최근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필터가 두꺼운 KF80·94 등 공적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대신 필터가 얇아 숨 쉬기 쉽고 땀이 덜 차는 덴탈마스크의 수요가 커지면서 덴탈마스크 가격이 올랐다. 과거 장당 200원 수준이던 덴탈마스크는 최근 약국에선 700~1000원, 인터넷에선 최대 1400원 수준에 팔릴 정도로 인기다. 지난 1일 정부는 공적 마스크 주당 생산량이 1억 장에 달하면서 요일별로 정해진 생년의 구매자만 공적 마스크를 사게 하던 마스크 5부제를 폐지했지만 이전과 같은 '공적 마스크 줄 서기 대란'이 생기지 않았다.

◇종류별로 마스크 가격 들쭉날쭉

마스크 가격이 중구난방으로 형성되면서 청와대 게시판엔 연일 '공적 마스크 가격을 낮춰달라' '덴탈 마스크도 공적 판매해달라'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는 "둘 다 불가능하다"고 했다. 공적마스크의 경우 조달청이 지난 3월부터 전국 140여 개 마스크 생산 업체와 단가 '1500원'에 맺은 제조·공급 계약이 이달 30일에야 종료돼 그 전까진 가격 조정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 관계자는 또 "보건용 마스크 공급량은 안정화된 상황에서 일시적인 무더위로 인한 덴탈마스크 공급까지 마스크 가격을 정부가 일일이 조정할 순 없다"고 했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 생산 기계를 주문했다는 한 마스크 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덴탈마스크 완제품의 경우 장당 원가가 50원 수준이지만 국내산은 130원 선"이라며 "비말 차단용 마스크가 기존 공적 마스크보단 싸지만 '500원'도 비싼 가격"이라고 했다. 여름용 비말 차단 마스크 가격이 더 올라가면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