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사람 대상 임상시험 허가를 받은 미국 이노비오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둘러싸고 소송이 벌어졌다. 개발회사인 이노비오가 백신 제조를 맡은 국내 제약사의 미국 자회사를 대상으로 “코로나 백신 대규모 생산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넘기지 않는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다.
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노비오는 이날 진원생명과학과 이 회사의 미국 자회사 VGXI를 상대로 미국 펜셀베니아주(州)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VGXI는 이노비오의 코로나 DNA백신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백신의 생산을 담당한 회사다.
◇이노비오 “백신 제조정보 요구” vs VGXI “영업비밀”
이노비오가 VGXI측에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VGXI가 부당하게 제조 정보 공유를 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백신의 생산량 확대가 가로막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노비오측은 “VGXI가 백신을 대량으로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서, 제조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VGXI가 백신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제조과정에 대한 정보를 (백신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소유한) 이노비오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VGXI는 이에 대해 “이 정보가 영업비밀”이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진원생명과학 측은 “내일 VGXI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노비오는 고소장에서 “VGXI가 이노비오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아내기 위해 백신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셉 김 이노비오 대표는 이에 대해 4일 본지에 보내온 이메일에서 “VGXI는 초기 임상 시험에서 백신 후보 물질은 충분히 확보했지만, (판매) 승인에 대비해 생산량을 증가하려는 이노비오의 노력을 막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셉 김 대표는 “팬데믹 상황에서 효능에 대한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대규모 제조를 시작해야 하며, 이는 지금 시작해야만 한다”고 했다. 실제로 이노비오는 연말까지 100만 도즈(1회 접종분)의 복용량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만약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내년에 적어도 5000만~1억 도즈 복용량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소장에서 이노비오측은 “VGXI는 3만 도즈를 만드는 데 2주의 시간이 걸리며, 수량에 제약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노비오 재미 한국인 과학자 조셉 김이 세워
이노비오는 재미 한국인 과학자 조셉 김 대표가 세운 회사다. RNA(리보핵산)백신을 만드는 모더나와 달리 이노비오는 DNA(디옥시리보핵산) 백신을 만들고 있다. DNA 백신은 RNA와 달리 상온 보관이 가능할 정도로 안정성이 높아 의료 인프라가 약한 저개발국에 적합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은 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해 지난 1월 이노비오와 900만달러(약 108억원) 지원 계약을 맺었다.
이노비오는 지난 4월 말부터 미국에서 코로나 백신 1차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6월에는 해당 백신이 인간의 몸에도 항체를 형성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중간 결과를 받아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일에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과 2상을 허가 받았다.
지난달 20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미국 제약업체 이노비오가 개발 중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이 쥐와 기니피그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항체를 형성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조셉 김 대표는 이날 이메일에서 “한국에서 진행되는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은 국제백신연구소(IVI), 서울대와 진행하며 진원생명과학은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