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 총리간의 브로맨스(bromance·남자들간의 우정)에 이상이 생긴걸까.
트럼프 대통령이 G7(주요 7국 회의)을 11국으로 확대해 워싱턴 DC에서 개최하겠다는 구상을 일방적으로 밝혀 아베 총리가 당황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아베 총리가 일본을 국빈방문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셀카 사진

마이니치 신문은 3일 “일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G7 참가국 확대를 내세운 진의를 파악하지 못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분위기를 전했다. 요미우리 신문도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확대 제안에 일본 정부 내에서 곤혹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례적으로 일본 관련 문제 사전 상의 하지 않아

아베 총리는 세계 200여개 국가의 정상 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후 아베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한 이래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관계를 쌓아왔다. 그는 지난해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 후, 레이와(令和) 시대가 시작되자 가장 먼저 국빈방일 했으며 아베 총리와는 수시로 매회 1시간 가까이 통화하고 있다. 지난 3월 도쿄 올림픽 연기 문제로 아베 총리가 고민하고 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100%가 아니라) 1000% 지지하겠다"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마이니치 신문의 분석대로 G7이 확대되면 아시아 유일의 참가국으로서의 일본 입장이 흔들릴지 모르는 사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 물론 서로 논의한 흔적도 없다. 아베 총리로서는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아베, 美中冷戰에서 가장 먼저 트럼프 지지했는데…

더욱이 아베 총리는 지난달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미중냉전(美中冷戰)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명확하게 가장 먼저 미국 입장을 지지하고 나선 바 있다.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미·중 갈등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망설이지 않았다. "코로나 비아러스는 중국에서 세계로 확산된 것이 사실"이라며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으로서 미국과 협력하면서 다양한 국제적 과제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요구는 일본과 중국이 각각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책임 있는 대응을 취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그런 대응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중국 외교부가 다음날 아베 총리의 이 발언에 대해 강력히 반발할 정도로 분명한 입장표명이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7월 중 G7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가장 먼저 참가하겠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중에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면 공항에서 감염여부를 판정하는 PCR검사를 받고, 공저(公邸)나 사저(私邸)에서 2주간 대기해야하는 조치도 감수하겠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도 역시 상의하지 않고 9월로 일방적으로 연기함에 따라 머쓱한 상황이 됐다.

◇ 트럼프, 조만간 아베와 통화할 듯

이번 사건은 모든 것을 11월 대통령 선거에 맞추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G7을 확대해서 7월보다는 9월에 열리는 것이 더 유리하겠다고 판단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다른 외교 사안도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미 국무부가 관여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을 초청하는 문제가 있어서 아베 총리에게는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다.

G11 회의 문제로 ‘도널드’와 ‘신조’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맞서기 위해서라도 아베 총리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다른 어떤 정권보다 더 강한 미일 동맹을 추구하고 있다. 양자간의 이해가 일치하기에 이번 사태는 곧 봉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만든 G20회의 대신, 자신의 브랜드가 들어간 G11 을 구상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에 한국을 항구적으로 참가시키는 문제에 대해 아베 총리와 상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가진 그가 조만간 아베 총리에게도 전화를 걸어 전후 상황을 설명하며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