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3일 새벽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경기도 의정부교도소 앞에서 만기 출소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날 민주당 의원 20여명을 비롯한 200여명 지지자가 마중을 나왔다.

여권(與圈)이 검찰 수사 재조사를 주장하며 '한명숙 구하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9억원의 불법 정치 자금을 받고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기준에 따르더라도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는 법조계 지적이 나온다.

한 전 총리는 대법원에서 선고받은 9억여원의 추징금 대부분을 현재까지 납부하지 않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사면을 실시한 법무부는 그간 벌금·추징금 미납자는 사면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혀왔다.

◇결국 민주당 목표는 한명숙 사면?

민주당의 총선 압승 이후 친여 매체들은 10년 전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강압적이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조국 수사' 이후 익숙한 여권의 '검찰 흔들기' 담론이다. 한 전 총리를 법적 절차에 따라 무죄로 만들 수 있는 재심(再審) 청구의 경우에는 한 전 총리가 받은 1억짜리 수표 등 결정적인 유죄 증거들을 정면 반박해야 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가능성이 거의 없고 부담스럽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법조계에서는 최근 여권의 '한명숙 구하기' 움직임은 문재인 정부 들어 세 차례 실시한 특별사면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 전 총리를 총선 승리 후 사면시키려는 여론 형성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함께 추징금 8억8000여만원이 선고된 한 전 총리는 지금까지 추징금 대부분을 미납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사면 기준에 따라 사면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는 법조계 지적이 나온다. 한 전 총리는 대법원 판결 5년이 지난 지금까지 7억 1000여만원의 추징금을 미납한 상태다.

◇문재인 법무부 "추징금 미납자, 사면 제외"… 한명숙은 "추징금 7억 미납"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2월 31일자로 임기 중 세번째 특별사면을 실시했는데, 당시 추징금 완납 여부는 주요 사면 기준 중 하나였다.

일반 형사범, 양심적 병역거부 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사회적 갈등사건 관련자 등 당시 5000명이 넘는 특별사면 대상자 중 정치인은 이광재 전 의원과 공성진 전 의원 등 두 명이었다. 이들 모두 한 전 총리와 같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범이었다. 이 전 의원은 추징금 1억1400만원, 공 전 의원은 추징금 1억 5000만원을 선고 받은 상태였다.

법무부는 당시 발표한 특별사면 보도자료에서 이들 정치인 사면과 관련 "자격정지 기간 경과율과 벌금·추징금 완납 여부 등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면했다"고 기준을 밝혔었다.

작년 12월 31일 문재인 정부 세 번째 특별사면을 실시한 법무부 보도자료

법무부는 당시 200여명의 선거사범을 특별사면하면서도 “별건으로 수배·재판 중인 경우, 벌금·추징금 미납자, 부패범죄의 성격이 있는 공천 관련 금품수수사범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추징금 완납 여부를 사면 기준으로 제시했다.

작년 12월 31일 문재인 정부 세 번째 특별사면을 실시한 법무부 보도자료


법조계 관계자는 "사실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도 별건의 사건으로 재판 진행 중인 자, 반인륜적인 흉악범죄를 저지른 자, 벌금·추징금을 미납한 경우 등 기본적으로 사면 대상에서 제외시켜왔던 정해진 기준들이 있다"고 했다.

◇한명숙, 추징금 완납하면 유죄 인정… 미납하면 사면 불가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가 친문(親文) 지지자들을 통해 추징금을 모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2015년 8월 한 전 총리의 대법원 유죄 판결이 확정된 후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총리 추징금 모금 운동을 제안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추미애 장관의 법무부 입장에서는 기존 문재인 정부의 사면 원칙을 깨고 추징금을 미납한 한 전 총리만 예외로 사면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한 전 총리 측 입장에서도 추징금을 완납하면 결국 9억원의 불법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이겠다는 셈이 되고, 그렇다고 추징금을 계속 미납하면 사면 대상에 포함될 수도 없어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