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송순단 명인이 역신을 고이 보내는 ‘손님풀이’를 펼치고 있다.

역병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굿판이 펼쳐졌다. 지난 28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문화재재단 창립 40주년 기념 특별공연 '쉘위풍류'. 낮은 아쟁 소리가 깔리자, 흰 소복에 장구를 손에 쥔 명인이 걸어나왔다. "밤새워도 부족할 굿을 짧은 시간에 하라 하니 좀 답답하긴 하요만은, 그런 줄 알고 들으쇼잉."

굿판의 주인공은 송순단(60) 명인. '미스 트롯'의 가수 송가인 어머니로 더 알려졌지만, 그는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수교육조교이자 진도에 살면서 실제 굿을 하는 당골(무녀)이다. 그가 장구를 두드리며 읊조린 대목은 진도씻김굿 중 하나인 '손님풀이'. 천연두나 홍역 같은 역신을 청해 '해를 끼치지 말고 가시라'며 축원하는 내용이다. "손님아, 손님아, 이 배 타고 극락 가자…. 낙양강수 맑은 물에 어이둥실 배 띄워라…."

코로나 극복의 기원을 담아 열린 이날 공연은 경복궁 수문군의 힘찬 타북으로 시작됐다. 하이라이트는 남해안별신굿 예능보유자 정영만이 1100여년 전 역신을 굴복시킨 처용을 불러내는 장면. 춤꾼들이 바다를 상징하는 파란 천을 펼치고 계란 흰자위를 바른 뒤, 소쿠리로 참깨를 뿌렸다. 격렬한 음악과 함께 천을 들어 올리자 처용의 형상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처용은 신라 헌강왕 때 설화 속 인물로 아내를 범하는 역신을 물리쳤고, 이후 고려가요에는 '삼재팔난을 일시에 소멸'하는 능력의 신이 된다"며 "역사 속 처용을 되살려 역병으로 인한 국민의 불안을 덜어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객석엔 아제르바이잔·콜롬비아·노르웨이 등 10국 주한 대사가 참석했다. 관객 400여명은 좌석을 한두 칸씩 띄워 앉았다. 송가인은 이날 인스타그램에 "오늘은 엄마 공연!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란 글을 올렸고, 객석 맨 앞자리에 앉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