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통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존재가 온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또한 그렇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은 온 우주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 우리 스스로 부처님처럼 마음 쓰고, 부처님처럼 말하고, 부처님처럼 행동하면 온 세상이 부처님으로 가득한 화엄세계가 성취될 것입니다.”(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봉축사)
불기(佛紀) 2564(서기 2020)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이 30일 오전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2만여 사찰에서 봉행됐다. 원래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음력 4월 8일인 지난 4월 30일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때문에 음력 윤4월 8일인 5월 30일로 1개월 연기됐다. 1975년 부처님오신날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이래 음력 4월 8일이 아닌 다른 날에 봉축법요식이 진행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법요식을 준비하던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지난 3월 봉축행사를 1개월 연기했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하던 시점이었고, 마침 올해 음력 윤4월이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에 따라 종단협은 봉축 법요식과 함께 서울 종로거리를 행진하는 ‘연등회’도 연기했다. 선승(禪僧)들이 매년 음력 4월 15일~7월 15일 석달간 집중수행하는 ‘하안거(夏安居)’ 시작도 1개월 연기했다. 그럼에도 코로나 재발 조짐이 보이자 5월 23일로 예정했던 연등회는 전면 취소한 바 있다.
사상 초유의 ‘윤4월 초파일’ 봉축 법요식인 만큼 행사 풍경도 예년과 달랐다. 예년 법요식엔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을 비롯해 조계사 일대가 1만5000여 인파가 가득차 행사 중간에 이동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이날은 대웅전 앞마당에 300석, 주변으로 200석 등 좌석을 1m 간격을 두고 배치하는 등 방역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당초 불교종단협의회는 초청자 중심으로 800명 정도 참석을 계획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참석한 불자(佛子)들이 모여 실제로는 약 15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장 입구에선 마스크 착용과 체온 점검 후 입장시키는 모습이었다. 사찰을 깨끗이 정화하는 ‘도량결계’와 여섯 가지 공양물을 부처님께 올리는 ‘육법공양’으로 시작된 법요식도 축제 분위기라기 보다는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조계종측은 곳곳에서 ‘개인 간격 1m 유지,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적은 피킷을 들고 안내했지만 대웅전 앞마당 뒷편에선 간격 유지가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거의 대부분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당초 최소 인원으로 법요식을 치르기 위해 출입을 통제하려 했으나 불자님들이 새벽 7시부터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평소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때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참석이 줄어든 셈이어서 대웅전 앞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는 과거에 비해 확실히 거리 여유가 느껴졌다. 또 법요식 후 조계사 식당에서 제공하던 점심식사도 이날은 없었다. 이에 따라 행사 전부터 조계사 식당에서 인근 골목으로 수백m씩 식사줄이 늘어서던 풍경도 사라졌다.
법요식 행사에서도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의 법어와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봉축사에도 공통적으로 ‘코로나’가 여러 차례 등장했다. 진제 스님은 “코로나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와 환경오염, 그리고 인간의 극단적 이기심과 탐욕의 결과”라며 “인간과 자연, 유정과 무정이 우리와 유기적 관계이며 이웃 없이 나만 홀로 존재할 수 없고, 땅을 딛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만물은 나와 더불어 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원행 스님도 “코로나 위기 속에 봉축법요식이 원만히 봉행되는 것은 정부 관계자, 헌신적 의료진들과 불편을 기꺼이 감수한 국민들 덕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