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서울 외교부 청사 회의장으로 조세영 외교부 1차관 등과 함께 들어오고 있다.

정부는 28일 외교부 청사에서 '제7차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를 열었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과 관련한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고조되는 국제사회 갈등과 그 파급 효과와 관련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정부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외교전략조정회의는 지난해 미국이 반(反)화웨이 동참을 요구하는 등 미·중 갈등이 한국에 여파를 미치기 시작하자 관련 대응 방안을 찾고자 출범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회의장에서 발언하는 모습.

하지만 강 장관은 이날 200자 원고지 10장에 달하는 모두 발언문을 읽으면서 '미국'이나 '중국'이란 단어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미·중 갈등의 최대 이슈인 '홍콩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1시간 30분간 열린 이날 회의에서 "홍콩보안법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를 두고 홍콩보안법을 반대해야 한다는 미국과 반대로 이를 지지해달라는 중국 사이에 끼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가 연내 성사되길 바라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 문제 때문에 더 고민이 깊다는 관측도 있다.

24일 홍콩 도심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반대 집회에서 마스크를 쓴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진압되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홍콩보안법 통과 소식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인철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홍콩은 우리하고 밀접한 인적·경제적 교류 관계를 갖고 있는 중요한 지역"이라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하에서 홍콩의 번영과 발전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고만 했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홍콩보안법 관련 입장을 밝힐 경우 시진핑 주석 방한이 불발될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 같다"며 "하지만 정부가 홍콩보안법을 지지하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상황이 될 수 있어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