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기부금 유용 등 의혹을 제기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27일 대구에서 열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집회에 ‘깜짝 참석’했다.

27일 대구 중구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참석한 이용수 할머니가 소녀상 옆 의자에 앉아 있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믿고 우리 같이 투쟁하자”고 했다.

대구시민촛불연대는 27일 오후 대구 중구 2·28민주화운동기념공원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수요집회를 개최했다. 지난 25일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이후 대구에서 처음으로 열린 수요집회였다. 이 할머니는 집회 말미인 오후 8시쯤 나타났다.

이 할머니의 측근과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동영상 등에 따르면, 한 남성과 함께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 이 할머니는 소녀상 쪽으로 다가가 소녀상 옆에 놓인 빈 의자에 앉았다. 평화의 소녀상에는 관객들이 소녀상과 같은 시선, 같은 입장을 느껴보게 하자는 취지로 이런 빈 의자가 마련돼 있다.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30년간 이용만 당했다"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이 할머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정대협 대표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을 겨냥해 "생각지도 못한 것이 많이 나왔다"며 "검찰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할머니를 알아본 행사 사회자는 “지금 이용수 할머니가 오셨는데, 모두 인사를 드리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고 이 할머니는 고개를 숙이고 양 손을 흔들었다.

행사가 끝난 뒤 이 할머니 주변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들었다. 시민들은 이 할머니와 포옹을 나누거나 악수를 건네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 남성은 이 할머니에게 “건강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지난 25일 2차 기자회견을 연 데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이에 대해 “(기자회견에서)할 말 다 했어요. 그 말만 믿으세요. 믿으시고 같이 우리 투쟁합시다”라고 말했다.

측근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부근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수요시위 모습을 보더니 “차 세워봐라”고 해서 급하게 차를 세웠다. 이후 차에서 내려 수요시위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5분 정도의 ‘깜짝 등장’을 마친 뒤 이 할머니는 숙소로 돌아갔다.

집회에 같이 참석한 한 측근은 “이 할머니가 소녀상이 바로 자신이기 때문인데다 학생들이 밤에 집회를 하는 걸 보고 안쓰러운 마음도 있어서 집회에 잠깐 참석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와 동행한 남성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 할머니가 이날 행사에 참가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이 할머니와) 저녁 먹고 숙소 들어가다가 촛불 켜져 있길래 집회하는 모양이다 하니 ‘차 세워라’ 하시더라. 그래서 잠깐 가게 되었다”며 “‘내가 애들 고생하는데 가 봐야지’ 하셨다. 끝나고 기분 좋아지셔서 죽평 가 차 한 잔 마시고 숙소 들어갔다”라고 했다.

이 할머니는 사흘 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정대협과 윤미향 전 정의연 대표가)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며 “30년간 재주는 곰(할머니들)이 부리고 돈은 되놈(정대협)이 받아먹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첫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이 (수요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귀한 돈과 시간을 쓰지만 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면서 "28년간 이어온 수요집회에 더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집회를 주도해온 정의연에 대해 "자기들과 함께하는 할머니는 피해자라며 챙기지만, 단체에 없으면 피해 할머니라도 신경 안 쓰는 걸 봤다"면서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