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이달 7일 기자회견 이후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대한 회계 부정 의혹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정의연을 옹호하는 성명을 세 번 냈다. 그랬던 여성연합이 위안부 피해자 복지시설 '나눔의집'에서 기부금 유용·횡령 의혹이 터지자 24일 "의혹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똑같은 후원금 유용·횡령 의혹을 받지만, 정의연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이 이끌었던 단체이고, 나눔의집은 대한불교조계종이 운영한다. 여성연합 대표 김영순씨는 정의연 이사도 맡고 있다.

여성연합은 25일 홈페이지에 '나눔의집은 각종 의혹을 투명하게 밝히고, 당국은 책임 있게 문제 해결에 나서라'는 성명을 34개 단체 명의로 발표했다. "할머니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막대한 후원금이 모금되었지만 할머니들을 위한 치료 복지 등에 쓰이지 않는다는 고발이 나왔다"며 "일련의 의혹들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고 했다. 나눔의집에서 횡령이 벌어진다는 직원들 폭로에 대한 반응이었다. 나눔의집 직원들은 지난 19일 "국민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한 돈은 대한불교조계종의 노인 요양 사업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폭로했다.

하지만 여성연합은 불과 수일 전 똑같이 '위안부 피해자를 앞세워 모금한 단체'에서, 똑같은 '횡령 의혹'을, 그것도 '직원'이 아닌 '피해자 할머니'가 직접 제기했던 정의연 사태에서는 정의연을 옹호하는 성명을 세 차례에 걸쳐 냈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7일 대구에서 첫 기자회견을 갖고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는 후원금을 모금해놓고 할머니들을 위해서는 제대로 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후 윤 전 대표와 정의연의 기부금 유용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여성연합은 12일 1차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여성연합은 "국내 최초의 미투 운동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분열시키고 훼손하려는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며 "정부와 시민사회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각자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이튿날 수요집회에 맞춰 낸 두 번째 성명서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활동한 사람들의 30년간의 운동 역사를 짓밟기 위해 악의적으로 진실을 부정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과 인권침해를 당장 중지하라"고 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과 인권침해'를 누가 어떻게 가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후에도 정의연에 관한 구체적인 의혹들이 추가로 제기됐다. 그러자 여성연합이 14일 3차 성명을 냈는데, 그 내용은 "정의연 회계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부풀려져 있다" "일부 회계 처리 미숙이 확인되었을 뿐" 등이었다.

25일 온라인에서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여성연합의 이중 잣대를 비판하며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민주어용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34개 여성 단체에서 진상도 파악하기 전에 일단 스크럼부터 짜고 집권 여당의 당선자를 옹호한다"며 "어용 단체, 어용 매체들의 수고를 기리기 위해 '민주어용상'을 제정하는 게 어떨까"라고 했다. 이어 "언제부터인가 다들 이상해졌다"며 "과거에도 어느 정도 편파성은 있었지만 요즘은 아주 노골적으로 당파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