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에 사는 한모(38)씨는 최근 중고 오토바이를 구입해 배달대행 알바를 시작했다. 한씨는 월 200만원 정도를 버는 중소기업 사무직이었지만 지난 3월 코로나 사태로 사정이 어려워진 회사가 석 달간 무급 휴직을 통보해 수입이 끊기자, 배달대행 알바에 나선 것이다. 한씨는 "정부 지원금도 신청했지만, 이것만으론 생계유지가 어려워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황모(32)씨는 최근 125㏄ 이하 오토바이 면허시험을 봤다. 황씨는 "인건비를 아껴볼 생각에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서비스까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오토바이 배달족'이 늘어나고 있다. 자연스레 오토바이 면허를 따는 사람도 많아졌다. 하지만 도로에 오토바이가 많아지면서 덩달아 오토바이 사고가 늘어나고, 사고 사망자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시대에 벌어지는 새로운 사회 풍경이다.

◇오토바이 면허 시험장은 만석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장내기능시험장엔 3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코로나로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에서도 유독 이날 오토바이 면허 시험장엔 정원 30명이 전원 빠지지 않고 자리하고 있었다. 시험장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보통 5명씩은 안 오는 사람도 있었는데 요새는 30명씩 정원이 꽉꽉 찬다"고 했다. 대부분이 배달대행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코로나로 음식 배달이나 온라인 주문이 늘면서 배달대행 시장이 커졌는데, 면허만 있으면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올해 1~4월 125㏄ 이하 오토바이(원동기) 면허 응시자 수는 1만118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123명보다 38% 늘어났다. 125cc 이상 오토바이까지 몰 수 있는 2종 소형 면허 응시자도 같은 기간 1만6523명에서 1만9934명으로 21% 늘었다.

하지만 동시에 오토바이 사고도 크게 늘어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오토바이 등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는 14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1명보다 13%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8% 줄었는데, 유독 오토바이 사고 사망자만 늘어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건수는 집계 중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배달 주문이 늘면서 오토바이 통행량 자체가 급증하면서 사고 건수도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과열 경쟁으로 위험한 질주 계속돼

실제로 오토바이 배달족이 늘어나면서 사고 위험이 커졌다. 배달대행 IT 플랫폼 '바로고'에 따르면, 배달대행 기사 중 오토바이를 타고 일하는 신규 기사는 지난 1월 1300명에서 4월 4000명으로 208% 급증했다. 같은 기간 배달 건수도 627만건에서 982만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대행 기사가 훨씬 가파르게 많아진 탓에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 구도가 됐다고 말한다. 일부 대행업소에선 당장 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배달 건당 얻는 평균 수입이 지난해 2700~3000원에서 지난 4월 900~1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배달 건수만큼 벌어가는 구조에서 기사들은 "한 건이라도 더 챙겨야 한다"는 욕심에 위험한 질주를 벌인다. 경북 한 배달대행업체 운영자는 "배달 단가가 크게 줄면서 배달원끼리 콜 수를 더 많이 채우려는 과속 경쟁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4월 단속을 강화하고, 공익제보단을 운영하는 등 이륜차 교통사고 대책을 발표했다. 26일에는 이륜차 교통안전 협의회를 열고 사고 실태와 원인 분석,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단속과 의식 교육을 병행해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안전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