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고노동자들의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기 위해 조직된 시민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집 앞에서 ‘삼겹살 폭식투쟁’을 벌였다. 또 삼성생명을 상대로 장기간 불법시위를 하고 있는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모임)’는 삼성 어린이집 앞에서 욕설이 포함된 노래 등을 큰 소리로 장기간 틀어, “어린이집 유아들이 욕설을 따라부르고 있다”는 민원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시위·집회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다른 사람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면 적절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튜브 채널 '연대TV'의 동영상 한 장면

지난 24일 유튜브 ‘연대TV’ 채널에 ‘삼겹살 폭식 투쟁’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삼성 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10여 명이 서울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 돗자리를 깔고 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는 장면이 담겼다. 이들은 미리 챙겨온 가스버너와 불판, 상추, 쌈장 등을 늘어놓고 마주앉아 식사를 했다. 이들은 ‘집회신고’를 한 뒤 이 부회장 집 앞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에 공개한 것이다. 불판 주변에는 소주와 맥주도 있었다. 이들은 이 같은 동영상이 언론에 알려져 논란이 일자, 현재 삭제했다.

‘폭식투쟁’을 벌인 시위대는 민원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청직원들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보여달라”거나 “우린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무리하게 안한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삼성 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는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용희씨의 복직을 위해 구성된 단체다. 이들은 이달초까진 서초사옥 인근에서 보통의 집회를 개최했다. 그러다가 최근들어 이 부회장 자택 앞을 ‘집회 장소’로 신고한 뒤 모여서 ‘폭식투쟁’을 하며 삼성 해고자 복직·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서초사옥 2층 고객센터는 또 다른 시위단체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모임)’ 회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삼성 직원들은 “저는 서초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엄마입니다. 제 아이는 물론 서초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들은 하루 종일 곡소리와 욕, 노동가를 들으며 지냅니다. 아이들이 무심코 노동가를 흥얼거리고, 욕을 따라하는거 들으면 정말 불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입니다”, “시위대 노래소리와 욕설을 근무 시간 내내 듣는 거 너무 심한 스트레스입니다. 아침 7시부터 ‘18X아’ 같은 욕설을 담아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데, 귀 옆에서 부르는 듯 합니다. 식물에게도 지속적으로 욕을 하면 시들기 마련인데 너무합니다”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암보험금 추가 지급을 요구하는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사무실을 불법 점거한 뒤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철수를 거부하자, 삼성생명, 삼성화재와 삼성 어린이집 등은 이들을 상대로 집회시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