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 추도사에서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을 향한 '검은 그림자'가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총선 전에도 "여권을 겨냥한 선거 공작이 터질 것"이라며 '공작설'을 언급했었다. 야당에선 "여권이 연루된 '무언가'가 있으니 미리 연막을 치고 정치 공세로 몰아갈 준비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대표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 앞서 추도사를 미리 배포했다. 그는 이 추도사에서 "대통령님이 황망하게 우리 곁을 떠나신 뒤에도 검은 그림자는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며 "많은 사람이 모함을 받고 공작의 대상이 됐다"고 했다.

또 "그 검은 그림자는 여전히 어른거리고 있다"면서 "끝이 없다. 참말로 징하다"고 했다.

여권은 총선 전에도 여러 차례 "'공작'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출신인 김어준씨는 4월 초 'n번방 사건'에 대한 야당 대응을 언급하면서 "공작 냄새가 매우 강력하게 진동한다"며 가장 먼저 공작설을 제기했다. 바로 다음 날엔 이해찬 대표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 "(어디선가) 총선용 정치 공작을 2~3개 정도 준비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공작의 구체적 내용이나 주체 등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고, 실제 여당을 겨냥한 폭로도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친노·친문 진영이나 노무현재단 등이 비리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권에서 선수를 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유 이사장은 작년부터 그 얘기(노무현재단 수사)를 해왔고, 이번에는 이 대표까지 그 얘기를 한다"며 "정색하고 미리 초를 치는 것을 보니 노무현재단과 관련해 곧 뭔가 터져 나올 듯"이라고 했다.

실제 유 이사장은 작년 12월부터 "노무현재단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검찰이) 제 개인 계좌, 제 처 계좌도 들여다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친노·친문 진영을 사찰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야당 관계자는 "이미 여권 인사 연루설이 제기된 라임·신라젠 등 경제 범죄 사건에 친노·친문 인사가 깊숙이 얽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미리 '공작 정치'로 규정해 충격을 줄이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