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지지율이 급락, 역대 최저 수준인 27%를 기록하면서 자민당 의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일 발표된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 6일 조사 당시의 40%에 비해 13%포인트 하락했다. 마이니치 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2017년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등으로 역대 최저인 26%까지 하락한 바 있는데 이에 근접한 것이다. 또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지난 6일 조사 때보다 19%포인트 늘어난 64%였다.

아베 총리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미숙한 대응 외에도 검찰 장악을 위해 편법으로 정년을 연장시킨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이 '마작 스캔들'로 낙마하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일본 정계에서는 이번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이 비슷해진 것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 지지율은 그동안 자민당 지지율보다는 약 10~15%가량 높았다. 하지만 자민당 지지율은 직전의 30%에서 25%로 떨어지는 데 그쳐 아베 총리 지지율과 비슷하게 됐다.

일본 정계에도 국회의원들이 차기 선거에서 자신을 당선시켜줄 수 있는 지도자를 찾아 줄을 서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 그동안 다수 자민당 의원은 '아베 1강(强)' 현상이 계속되자 그의 정책과 통치 스타일이 싫어도 그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총리 지지율이 자민당보다 떨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본 정계에 밝은 소식통은 "총리 지지율이 자민당 지지율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아지면 의원들 사이에선 차기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총리를 교체하는 게 낫다는 여론이 순식간에 확산한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이 끝내 개최되지 못하면 언제든지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가 가능하게 돼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가속될 수 있다.

마이니치신문도 24일 "아베 내각 지지율 급락은 여권 내 동요를 확산시켜 아베 정권 구심력의 추가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자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19%포인트나 오른 것은 큰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 자민당 집행부에서도 아베 내각이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 흘러나온다고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특히 자민당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천 마스크 배포 등) 하는 일이 모두 역효과가 났다" "입으로는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해도 이 정권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에게 대항했던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 상식과 어긋나는 결정을 하면 그것이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선 그동안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던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지지율이 직전의 9%에서 12%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