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지자들과 일부 친여(親與) 언론인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운용 비리를 폭로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 할머니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를 ‘배신자’라고 지칭했다. 이에 대해 ‘노망이 났다’ ‘덜 떨어졌다’ 등 인신공격까지 나오자 ‘도를 넘은 정치공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비난하는 온라인 게시글들. 이 할머니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를 "배신자"라고 칭하자, 여당 지지자들이 이 할머니를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20일부터 다음 등 온라인 사이트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는 여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 할머니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6만5000여명이 가입돼 있는 페이스북 그룹 ‘이낙연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에는 21일 밤 ‘윤미향 당선자를 욕보인 할매가 배신자’라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죽을 때까지 민족매국·식민·종속종자로 살다 가라” 등 이 할머니의 위안부 피해 사실을 조롱하는 듯한 댓글들도 달렸다. 이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폄하하는 글은 올리지 마라”며 자제를 촉구하는 반응도 올라왔다.

이 할머니는 지난 2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5일 열리는 기자회견에 윤미향 당선자를 불렀다”며 “배신자(윤 당선자)와 배신당한 사람(이 할머니)이 같은 자리에 있어야 옳고 그름을 밝힐 수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윤 당선자를 ‘배신자’라고 말하자, 여당 지지자들이 역공에 나선 것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지지층들이 모인 페이스북 그룹 ‘유시민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도 22일 오전 ‘정의연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이 할머니의 과거 행적들을 볼 때 순수하지 못한 것 같다’는 주장이 나왔다. “할머니가 자기 얼굴에 침 뱉는다”는 댓글이 달렸다. 온라인 사이트 다음에는 이 할머니 관련 기사에 “덜떨어진 인간” “위안부가 벼슬이냐” 등의 댓글이 달려 수백명이 ‘공감’ 버튼을 눌렀다.

송요훈 MBC 기자는 21일 오후 ‘이용수 할머니 전 상서’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송 기자는 “전 세계가 일본군 위안부의 만행을 알게 되기까지는 시민단체와 시민운동가들이 있었다”며 “정대협과 윤미향 같은 이들이 그런 사람들”이라고 썼다. 정의연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언급하며 “친일의 과거를 미화한다” “마녀사냥하듯 집요하고 야비하게 윤미향을 물고 뜯고 있다”고 했다. 송 기자는 이 할머니에게 “(윤 당선자에게) ‘배신자’ 낙인을 붙이는 건 지나치다”며 “친일 수구집단의 이간책동에 넘어가지 마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