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과의 갈등이 무역·첨단기술·안보 등 전 분야에 걸쳐 격화하면서 한국에도 협조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 5G 통신기술, 양자 컴퓨터 등 4차 산업과 관련해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삼고 있다. 차세대 주요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 등 한국의 주요 기업이 도와줘야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에 우위를 점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일방적으로 미국 편에 설 경우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경제 보복을 당할 수 있어 미·중 사이에서 침묵하며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한·미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미국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제 분야에서의 한국의 협력을 요청해왔다. 중국이 일반 제조업뿐 아니라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5G 등 차세대 통신 산업에서도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통신기업 화웨이는 아시아권뿐 아니라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미국에 우위를 보였다. 작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동맹국에 "화웨이의 장비를 더는 쓰지 마라"고 공개 경고하기도 했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차관이 작년 11월 한·미 경제고위급협의회(SED)에서도 이태호 외교부 2차관에게 중국 문제를 언급하며 '경제 동맹'에 대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미국의 반중국 전선 동참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고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경제 분야뿐 아니라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코로나 발병의 책임을 중국에 묻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경제난이 심해지고 올 11월 재선 가능성도 불투명해지면서 위기 돌파 전략으로 대중국 공세를 더 강화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의 협조 요청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봐선 안 된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중국 시안의 삼성 반도체 공장 기존 대중국 사업은 유지하면서도 첨단 기술 분야와 관련해선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