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여파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에 그칠 것이라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했다.

KDI는 20일 발표한 상반기 경제 전망에서 "코로나 19로 인한 민간 소비 위축과 수출 감소로 올해 GDP 성장률은 작년 11월에 예상했던 2.3%보다 2.1%포인트 낮은 0.2%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성장률은 3.9%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코로나 확산 정도에 따라 올해 GDP 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코로나가 좌우할 경제성장률

코로나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기관별 관점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가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KDI는 설명했다. 지난달 IMF가 올해 한국 GDP 성장률이 -1.2%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KDI는 이번에 0.2%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도 "올해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지만, 역성장할 가능성도 유사한 수준으로 높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DI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앞으로 확산 정도에 따른 세 가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다. 코로나 확산이 국내에선 상반기부터, 전 세계적으로는 하반기부터 둔화되는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GDP 성장률이 0.2%로 전망된다. 하지만 KDI는 코로나가 국내나 해외에서 모두 다시 확산되면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하위 시나리오)에는 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코로나 확산이 빠르게 둔화되면서 국내에선 5월부터, 해외에서는 3분기부터 경제활동이 가시적으로 살아날 경우(상위 시나리오) 올해 성장률이 1.1%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KDI "기준금리 빨리 제로금리 수준으로 내려야"

KDI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통화·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KDI는 "기업과 가계 파산, 실업 등이 많이 발생하면 코로나 19가 지나간 다음에도 회복이 더딜 것"이라고 했다.

우선 KDI는 한국은행이 이른 시기에 현재 0.75%인 기준금리를 0%에 충분히 가까운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경기 회복 등을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국채 매입 등의 수단도 적극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올해처럼 국채를 많이 발행해 시중 자금을 흡수하면 시중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는데, 한국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면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정책 측면에서도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되,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KDI는 "최근의 급격한 재정적자 증가는 향후 재정건전성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KDI는 특히 증세 등 재정수입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복지 수요가 확대되고 국가 채무 비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여러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재정수입을 확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KDI는 "지금 당장은 경기가 좋지 않아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증세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올해 국가 채무 비율 45% 돌파할 수도

실제로 정부 지출 증가와 GDP 성장률 저하에 따라 올해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45%를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통합당 추경호 의원은 "KDI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적용해 계산해본 결과 올해 국가 채무 비율이 45.7%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국가 채무 비율(38.1%)에 비해 7.6%포인트 높아지는 것이다.

추 의원은 2차 추경으로 819조원까지 늘어날 예정이었던 올해 국가 채무가 3차 추경(30조원)과 세수 부족(30조원)으로 연말에는 879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 예상처럼 올해 GDP가 1980조2000억원까지 늘어나면 국가 채무 비율이 올해 44.4%가 되지만, KDI 전망치를 적용하면 1925조5000억원에 머물러 채무 비율이 45.7%가 되는 것이다. 추 의원은 "재정지출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그나마 국가 채무 비율 상승이 억제된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