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20일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종료됐지만 마지막까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업계가 처리를 기대했던 법안 다수는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 절차를 밟게 됐지만, 각종 규제 법안은 잇따라 통과되면서 기업 활동의 장벽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여야에 '20대 마지막 국회에 바라는 경제입법 과제'로 9개 분야 11개 법안을 선정해 처리를 요청했다. 공인인증서제도를 폐지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기업의 투자와 연구·개발(R&D) 활동에 조세 감면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옥외 테라스 영업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는 도로법 개정안 등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1건, 전자서명법 개정안만 20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됐을 뿐, 나머지 법안은 무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단체들이 요구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도 처리되지 못했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논의된 탄력근로 확대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노사정 합의까지 이뤄진 사안인데도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를 없애는 내용이다. 기존 전자서명법은 공인인증서를 통한 전자서명의 법적 효력을 다른 전자서명보다 강하게 인정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금융기관 등이 공인인증서를 통한 전자서명만을 받게 되면서, 사용에 불편한 점이 많은 공인인증서의 사용이 강제되고 다른 전자서명 체계의 발전이 막힌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날 법 개정으로 공인인증서제도는 사실상 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여야는 이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를 다시 설치하는 과거사정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국회와 대통령,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위원들로 과거사위를 다시 구성해 앞으로 2년간 진실 규명 신청을 새로 받고, 과거사위는 조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한 사건에 대해 최대 4년간 진실 규명 활동을 하게 된다. 지난 과거사위에서 다루지 못한 형제복지원 사건 등에 대한 조사가 가능해진다. 국내에 단기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해 '숙박신고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고용보험 체계에 '예술인'도 포함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추진 전 단계로 이뤄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