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왼쪽) 전 닛산 회장과 지난해 도주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전 '그린베레' 요원 마이크 테일러.

지난해 말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미쓰비시 회장의 일본 탈출을 주도한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 마이크 테일러(59)와 그의 아들 피터가 20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체포됐다. 이들은 작년 12월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을 기다리던 곤이 일본을 탈출해 터키를 거쳐 레바논으로 도주한 과정을 도운 혐의로 일본 당국에 의해 수배된 상태였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매사추세츠 연방검찰은 아들 피터가 이날 미국 보스턴에서 레바논 베이루트로 떠나기 직전 이들을 체포했다. 일본 당국은 올 1월 이들 부자(父子)와 조지-안토니 자이크 등 세 명을 곤 전 회장 도피와 관련해 수배를 내렸다. 외신은 20일 오후 테일러 부자가 화상 시스템을 통해 법정에 출두할 것이라면서, 곤 전 회장이 대형 검은 상자에 숨은 채로 자가용 비행기로 도주한 내용이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적시됐다고 전했다. 마이크 테일러는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보스턴으로 왔으며 아들 피터는 3월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재 일본대사관과 닛산 측은 이들 부자의 체포와 관련해 즉각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았다.

아버지 마이크 테일러는 능숙한 아랍어 실력으로 레바논 등 중동 지역에서 현지인들과 교류해온 인물로 유명하다. 곤이 자가용 비행기로 일본에서 터키로 갈 때 동승한 승객 중 한 명으로, 곤 전회장의 도주를 총기획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뉴욕에서 태어난 테일러는 매사추세츠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육군에 입대했다. 이른바 'SADM'이라 불리는 소형 핵 배낭 요원으로 냉전 시기 소련이 서독을 침공하면 서독 프랑크푸르트 인근 요충지인 '풀다 갭'에 고공 침투해 이동식 핵무기를 폭발시키는 게 그의 임무였다.

1982년 레바논 대통령 당선인 암살과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레바논 내전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기독교 민병대 지원 임무를 맡았던 그는 이를 계기로 현지 기독교 세력과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테일러는 군을 떠난 뒤에도 민간인 자격으로 레바논에 돌아왔고, 기독교 민병대 훈련 교관으로 있으면서 1985년 현지에서 결혼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미 마약단속국 위장요원 등으로 활동하다 1994년 요인 구출과 주요 시설 경비 등을 하는 AISC라는 민간 보안업체를 세웠다. 1999년엔 레바논에 억류됐던 미국인 부부의 딸과 손주들을 성공적으로 구출하며 명성을 얻었으며, 2000년대 초반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이 발발하자 중동 지역에서 특수부대 훈련, 요인 경호 등을 수행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2012년엔 5400만달러(약 625억원)에 이르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훈련 용역계약을 따내는 과정에서 부정을 저지르고, 이를 수사하던 미 FBI 요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가 드러나 14개월을 복역했다. AISC는 2014년 문을 닫았다. 테일러는 최근 들어선 스포츠음료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