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20일 2기 취임 대국민 연설에서 “양안(중국·대만) 관계는 변곡점에 있다”며 ”서로 다른 입장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양쪽 모두 멀리 공생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베이징 당국이 일국양제(1국가 2체제) 방식으로 대만 해협의 현상을 변경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원칙”이라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1월 “평화통일, 일국양제가 가장 좋은 통일 방식”이라고 했다. 차이 총통은 지난 1월 재선에 성공해 20일 4년간의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일 타이베이호텔에서 취임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차이 총통 이날 연설에서 “지역 안전에 공헌을 할 수 있도록 양안 대화를 하길 희망하며 계속 노력하겠다”며 “(양안 관계의 원칙으로) 평화, 대등, 민주, 대화라는 8자(字)을 다시 강조한다”했다. 또 “대만 해협 건너의 지도자(시진핑 주석)도 안정적인 양안 관계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도 중국이 대화의 전제로 요구하고 있는 92공식(각자 국호를 쓰지만 '하나의 중국'은 인정하기로 한 합의)은 언급하지 않았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이 20일 라이칭더 부총통 부부(차이 총통 뒷줄), 각료들과 함께 타이베이 총통부에 마련된 취임 선서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이날 연설에서 경제·산업와 국방 분야를 특히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 4년간 세계 경제의 극적인 변화와 서플라이 체인(산업 공급망) 조정을 맞게 될 것”이라며 반도체, ICT(정보기술), 5G통신, 바이오테크 등 핵심 산업을 대만 내에 유지하고, 일정 수준의 자급 자족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차이 총통은 코로나 사태 당시 대만 기업들이 마스크를 생산했던 것을 예로 들며 국방, 신재생에너지 등에서 내수에 기반한 산업 발전을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중국 본토와의 경제 협력을 언급하지 않은채 미국, 일본, 유럽 등과의 무역·투자 협력을 강조했다. 국방 개혁을 언급하면서는 “비대칭전력을 강화하겠다”며 기동전과 비전통적 비대칭능력을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1월 대선에 817만표라는 역대 최다 득표수(57% 지지율)로 재선됐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최근 지지율은 70%를 넘어섰다.

대만 모양의 비누가 포함된 취임식 기념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차이 총통 연임을 축하하고 미·대만의 파트너십이 계속 발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 국무장관이 공개 성명으로 대만 총통 취임을 축하한 것은 처음이라고 대만 외교부는 밝혔다. 차이 총통도 트위터를 통해 “대만과 미국 관계는 희망으로 가득하다”며 “서로 공유하는 많은 가치와 이익에 기초해 우정을 확대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매슈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중국어로 차이 총통의 재선을 축하하며 “경제·문화·교육·안전 방면의 교류를 확대하자”고 말했다.

이날 차이 총통의 취임사에 대해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마샤오광 대변인은 “92공식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양안 관계 평화 발전의 정치적 기반을 일방적으로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