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활용한 이벤트 하지 말라고 했다더니 이벤트 하는 곳도 꽤 있네요."

정부의 마케팅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재난지원금을 활용해 최고 현금 10만원 캐시백,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커피쿠폰 15장 등의 쏠쏠한 혜택을 받을 방법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8일 8개 카드사 사장과 만나 "카드 신청 유치를 위한 지나친 마케팅을 자제해달라"며 사실상 '금지령'을 내린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정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제로페이와 토스(핀테크)라는 '우회로'가 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으로 현금 챙길 '꼼수' 있다

가장 간편하게 추가 혜택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은 서울시 간편결제시스템 '제로페이'다. 제로페이 운영사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은 제로페이로 재난지원금을 수령하는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선착순 이벤트를 연다. 18일부터 22일까지 닷새간 매일 신청자 2000명을 선착순으로 뽑아 1만원권을 추가로 증정하는 것이다. 제로페이 측은 신용·체크카드에 비해 가맹점 수수료율이 없다시피 하다는 점에서, 제로페이 사용이 '착한 소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점도 있다. 제로페이는 모바일을 통해 지급되는 지역사랑상품권인 만큼 사용 가능한 가맹점이 카드사 가맹점의 3분의 1 수준이다.

서울시민이 아니라면 모바일 금융앱 토스(toss)를 통한 카드 발급 이벤트가 방법이 될 수 있다. 많은 카드사가 토스를 통해 특정 카드를 신규 발급한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 10만원을 내건 우리카드와 롯데카드가 대표적이다. 우리카드는 ▲지난 1년 동안(2019년 5월 1일~2020년 4월 30일) 자사 카드 결제 내역이 없는 고객이 ▲토스앱에서 'D4@카드의정석'을 신규 발급 받은 뒤 ▲6월 25일까지 8만원 이상 사용한 경우 10만원을 현금으로 증정한다. 롯데·삼성·KB국민·신한카드 등도 유사한 이벤트를 토스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6개월간 결제 내역이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롯데카드는 현금 10만원 캐시백을, 삼성카드는 '토스 머니 5만원'을, KB국민카드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 15잔을 내건 상태다.

토스의 신규 카드 발급 이벤트는 재난지원금 수령 시 손쉽게 '캐시백 조건'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짠테크족(族) 사이에선 유용한 팁으로 공유되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부의 마케팅 자제령

카드사의 '숨겨진 이벤트'도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 8일 오전 '직전 6개월·1년간 결제 내역이 없는 휴면고객이 5월 31일까지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경우 각각 스타벅스 쿠폰 2장·4장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이벤트 안내 문자를 보냈다. 몇 시간 뒤 내려진 금융위원장의 '마케팅 금지령' 때문에 홈페이지 등에선 해당 이벤트 내용을 확인할 순 없지만, 이미 문자메시지를 받은 고객들은 안내받은 대로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롯데카드와 현대카드도 최근 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일정 금액 이상을 5월 내 사용할 경우 1만~2만원 상당 혜택을 준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재난지원금'이라는 언급은 피하려 했지만, 재난지원금을 통해 간단히 받을 수 있는 혜택인 건 토스 이벤트와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마케팅 자제령'에 일관된 잣대가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마케팅 자제령' 엄포 때문에 카드사들은 미리 고지한 이벤트를 숨기거나 이벤트 알림 보도자료를 취소하느라 진땀을 뺐다. 반면 서울시가 관여하는 제로페이나 핀테크업체 토스는 별다른 제한 없이 이벤트를 열어 관심을 끌고 있다. 토스는 이미 재난지원금 신청 페이지 인터넷 주소가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기도 했다. "피싱 사기 방지를 위해 인터넷 주소가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는 카드사들과 대조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는 과도한 마케팅으로 인한 비용이 결국은 고객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하는데 토스 같은 플랫폼을 중간에 낀 이벤트야말로 더 비용이 드는 마케팅"이라며 "마케팅 제한 규정에 일관성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행정안전부 측은 "제로페이 이벤트에 대해 제한 권고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토스 측은 “현재 토스에서 진행중인 카드사별 이벤트는 재난지원금에 따른 이벤트가 아니라 기존에 진행해 왔던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