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시안(西安)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1월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 캄파나스 공장을 찾은 이후 100여일 만의 해외 현장 방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17일 2박 3일 일정으로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과 함께 전세기편으로 시안으로 출국했다.

중국 사업장으로 달려간 이재용 - 이재용(앞줄 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 주요 경영진은 전날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

시안 공장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는 삼성전자의 최전선 기지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150억달러(약 18조5000억원)를 추가 투자해 시안 반도체 2공장을 증설 중이다. 지난 3월 시안 2공장 일부 가동을 시작했고, 지난달에는 2공장 증설에 필요한 기술진 200여명을 전세기로 파견했다.

현재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자국 중심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미·중 갈등으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은 제3국에서 미국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만든 반도체를 중국 화웨이에 수출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하는 새로운 제재를 내놨다. 중국도 이에 대응해 애플·퀄컴 등 미국 기업에 대한 보복을 시사했다.

삼성전자는 미·중 갈등의 불똥이 메모리 반도체로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대격변기'에 적기(適期) 투자 등을 놓치게 되면 돌이키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이 코로나로 현장의 설비 엔지니어들조차 꺼리는 중국 출장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도 이런 절박함과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중국 출장이 당초 이날로 예정돼 있던 검찰 소환 조사를 미루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 소식에 정통한 한 재계 인사는 "이 부회장의 중국 출장은 산시성 지방정부 고위 관계자와의 회동 등으로 오래전부터 계획돼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과 관련해 다음 주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