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모(35·울산 북구)씨는 지난 16일 남편과 크게 다퉜다. 이씨가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지급받은 신용카드로 미용실에서 18만원을 주고 파마를 한 게 발단이었다. 지원금 사용 내역 문자를 받은 남편은 '머리에 금이라도 발랐냐, 무슨 18만원이나 쓰냐'며 이씨를 타박했다. 이씨는 "코로나 때문에 넉 달 만에 미용실에 갔더니 돈이 좀 나오긴 했다"며 "나라에서 쓰라고 준 돈이고 그간 집에 갇혀 애 둘 돌봤는데 이 정도도 못하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화부터 내는 남편이 서운해 그날 한마디도 안 했다"고 했다.

동화 작가 조모(55·울산 남구)씨도 같은 날 남편과 부부 싸움을 했다. 남편은 이날 조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어디냐. 도대체 어디에 27만원이나 썼냐"며 화를 냈다. 조씨는 "식구 다섯 명의 속옷 세 장씩, 식재료도 샀더니 금세 27만원이 나왔다"며 "집에 가서 영수증 보여주고 세게 한바탕 했다"고 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본격화하면서 일부 가정에서 지원금 사용처를 두고 부부 갈등이 일고 있다. 주로 세대주인 남편의 신용카드로 지원금이 일괄 지급되다 보니 남편이 상의 없이 쓰거나 아내가 쓴 내역을 남편이 뒤늦게 알고 반발하는 경우가 잦다.

경기 하남시의 한 주부는 인터넷 맘카페 미사맘스클럽에 지난 14일 "카드가 남편 명의다 보니 배달 음식 시켜 먹거나 뭐 살 때마다 남편이 "오늘 어디 갔네? 맛있었어? 내 건 뭐 안 샀어?"라고 물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 글엔 "공감한다"거나 "카드사에 전화해 바꿀 수 있다" 등의 팁을 공유하는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일부 가정에선 남편이 지원금 카드를 독식해 아내 불만이 들끓는다. 지난 16일 인터넷 카페 레몬테라스에도 "남편이 자기 다초점 안경알에 25만원을 썼다"며 "이렇게 쓰다 보면 지원금 100만원이 금방 없어지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인천 인터넷 커뮤니티 아띠아모에도 지난 17일 "지원금 100만원 받으면 애들 옷을 사고, 소고기를 먹으려 했는데 남편은 컴퓨터 산다는 소리나 한다"는 불만 글도 게재됐다. 글쓴이는 "이럴 땐 (남편이 아니라) 남의 편이다, 열 받는다"고 하자 "남편 돈도 아닌데 당당하게 달라고 해라" "잘 협의해서 생활비로 쓰는 게 낫다" 등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재난지원금으로 사랑을 확인하는 부부도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맘스홀릭베이비에서 한 주부는 지난 17일 "남편이 지원금으로 제 폰을 갤럭시 S20 폰으로 바꿔줬다"는 글을 올려 부러움을 샀다. 지역 맘카페 등에서도 "남편에게 명품 지갑을 선물해줬다" "남편이 장미꽃과 함께 지원금 카드를 놔두고 갔더라"는 글들도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