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하고 투명한 눈 가리개를 쓴 신부가 장갑을 착용하고 한 손엔 성경책을, 다른 한 손엔 물총을 들었다. 그리고는 차를 타고 온 사람들에게 물총을 쐈다. 신부의 물총 속에 든 것은 성수(聖水)였다. 그야말로 ‘물총 세례’를 한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에 나온 진풍경이다.

이 ‘물총 세례’의 주인공은 미국 미시건주의 그로스포인트파크 세인트 암브로시오 성당의 티모시 펠크 신부다. 펠크 신부는 지난달 11일 부활절 주간을 맞아 이 같은 ‘드라이브 스루’식 성수 의식을 진행했다. 교회 앞에 나온 펠크 신부는 꽃과 꽃으로 만든 경계선 안에서 물총을 쐈고, 성도들은 차를 타고 와 경계선 밖에서 신부로부터 성수 축복을 받았다.

성당 측은 펠크 신부의 사진을 소설미디어에 게재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받아들여, 세인트 암브로시오 성당은 부활절 음식 바구니의 축복 전통을 드라이브 스루 스타일로 이어나갔다”며 “펠크 신부는 성수로 가득찬 물총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원래 부활절에 축복 의식을 하는 것은 많은 성당, 교회들의 전통이다. 신자들은 부활절 바구니에 음식과 꽃 등을 담아 오는데, 성직자들은 이들에게 성수를 뿌리며 축복한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실내에서 이 같은 의식을 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펠크 신부가 이 같은 묘책을 고안해 낸 것이다. 펠크 신부의 사진은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다. 해당 트윗은 50만건이 넘는 좋아요를 받았고, 12만5천건 이상 리트윗(재전송)됐다.

펠크 신부는 18일 보도된 지역 매체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물총으로 성수 의식을 진행한 것과 관련해 “어떻게 해야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 규정 등을 지키면서 아이들에게 부활절 경험을 시켜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친구와 상의해 안전성을 확인했고, 마스크와 장갑 등 장비를 착용하고 밖에 나갔더니 차량들이 줄을 서 있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