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5·18 광주(光州)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기념식에 대통령들이 참석하지도 않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못 하게 해 유족들이 따로 기념행사를 갖는 식으로 5·18 기념식이 폄하되는 것이 참으로 분노스러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광주 MBC의 '5·18 40주년 특별기획-문재인 대통령의 오일팔' 인터뷰에서 대통령 당선 직후 참석한 2017년 5·18 기념식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 인터뷰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지난 1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광주(光州) MBC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인터뷰는 지난 17일 방영됐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를 할 때 공식 기념식에 정식으로 초청받아 참석한 적도 있다"며 "그때 광주지방보훈청장의 경과보고, 국무총리의 기념사를 들으면서 그 속에 5·18민주화운동 정신에 대한 존중, 진심이 거의 담겨 있지 않은 사실들, 유족들이 따로 기념식을 치르는 모습들을 보면서 굉장히 민망하고 부끄러운 심정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기념식을 마치고 저와 우리 일행은 따로 묘역을 방문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2016년엔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자격으로 기념식에 참석했다. 2016년 기념식 때 정부 대표로 기념사를 한 사람은 당시 국무총리였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다.

2008년 취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2013년 취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취임 첫해엔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기념사에서 "5·18 민주화운동은 크나큰 아픔으로 남았지만 우리가 지금과 같은 민주화 사회를 이루는 데 큰 초석이 됐다"며 "5·18 정신을 국민통합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일에 동참해달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도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겠다"며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齊唱)은 두 대통령 임기 중 2008년 한 차례만 이뤄졌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노래를 따라 불러 화제가 됐지만, 이후 2016년까지 원하는 사람만 따라부르는 합창(合唱) 방식으로 불렸다. 이에 매년 기념식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정면 비판한 것과 관련, 야권(野圈)에선 "5·18을 앞두고 공식 인터뷰에서 전·전전 정부를 향해 '분노'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하는 건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보수 정부도 5·18 정신을 존중한다고 계속 말해왔고, 추모 사업도 소홀히 하진 않았다"며 "이 전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기도 했고 당시 상황도 있는데, 추모를 넘어 굳이 이전 정부를 끌어내리는 것은 아쉽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5·18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인물'로 "당시의 노무현 변호사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6월 항쟁이 일어났던 1987년 5월 당시 노 변호사와 제가 주동이 돼 부산 가톨릭센터에서 광주 상황을 촬영한 '5·18 광주 비디오' 관람회를 가졌다"며 "부산 시민들이 줄 서 기다려 광주 비디오를 보고, 그때 비로소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된 분도 많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것이 부산 지역 6월 항쟁의 큰 동력이 됐다"면서 "노 변호사가 광주 항쟁 주역은 아니지만 광주를 확장한 그런 분으로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5·18의 최우선 과제와 관련해선 "발포 명령자와 헬기 사격 경위, 은폐·왜곡 공작 실상 등이 다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18 폄훼·왜곡엔 단호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진상 규명을 재차 강조하면서 여당이 특별법 개정 등으로 지난 12일 활동을 시작한 5·18 진상조사위원회의 강제조사권 등 권한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