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코로나 확진자 1명에서 시작된 감염의 연결 고리가 코인노래방을 통해 최소 9명으로 증폭됐다. 이 과정에서 4차 감염 추정 사례까지 나왔다. 서울 마포구 홍대 주점 5명 감염, 서울구치소 교도관 확진이 모두 지난 2~3일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관악구 확진자로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언뜻 접점이 없어 보이는 확진 사례는 관악구와 도봉구에 있는 코인노래방이라는 중간 매개체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노래방은 밀폐된 공간인 데다가 노래를 부르는 과정에서 침방울이 많이 튀어 코로나 감염 위험이 높다"고 했다.

4차 감염 의심 사례 나와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그동안 홍대 주점 확진자 5명이 이태원과 해외 방문 이력이 없어 별도 사건으로 봤는데, 역학조사 결과 이들 중 가장 먼저 증상이 나타난 강서구 확진자가 지난 4일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관악구 확진자와 노래방에서 접촉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했다. 서울시 역학조사에 따르면 관악구 확진자는 지난 4일 오후 8시 35분부터 오후 9시 14분까지 관악구 별별코인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나왔다. 강서구 확진자는 3분 뒤에 같은 방에 들어가서 노래를 불렀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를 통해 이태원 클럽→관악구 노래방→홍대 주점으로 3차 감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법정 방역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방역업체 직원이 내부 방역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구치소 교도관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의 민형사 법정이 있는 청사 동·서관은 잠정 폐쇄됐다.

15일 확진된 서울구치소 교도관(28) 역시 관악구 확진자에서 시작돼 노래방을 통해 감염된 사례였다. 먼저 관악구 확진자의 지인인 도봉구의 확진자가 감염됐다. 도봉구 확진자는 지난 7일 도봉구 가왕코인노래연습장에서 오후 9시 30분부터 약 45분 동안 노래를 불렀다. 이 시간대에 각각 다른 방에서 노래를 불렀던 두 사람이 확진됐다. 확진된 서울구치소 교도관은 친구이자 도봉구 노래방 확진자 두 명 중 한 명과 지난 9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결혼식에 다녀오며 같은 방에 묵었는데 이 과정에서 감염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클럽→지인(도봉구 확진자)→도봉구 노래방→지인(서울구치소 교도관)으로 이어지는 4차 감염 의심 사례가 나온 것이다.

서울구치소 교도관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국내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의 예정된 재판 대부분은 연기됐다. 법원은 이날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들어서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본관의 법정을 폐쇄했다. 법무부도 이날 서울구치소 수용자들에 대한 변호사 등 외부인 접견을 전면 중단했다. 이 교도관은 수용자 254명, 직원 23명과 접촉했다. 법무부는 접촉자를 대상으로 전수 코로나 진단 검사에 들어갔는데, 성(性) 착취 동영상을 제작·배포한 조주빈도 포함돼 있다.

감염 경로, 침방울이냐 환기 시스템이냐

다만 도봉구 코인노래방에서 관악구 확진자와 다른 방을 썼던 두 사람이 어떻게 감염됐는지는 아직 미스터리다. 관악구 코인노래방과 달리 같은 방, 같은 마이크를 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시 보건 당국은 이날 "노래방 공조 시스템을 통한 환기 과정에서 다른 방에 있던 2명이 감염됐다"고 했다. 노래방 환풍기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공조 시스템을 통해 전파가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노래방은 환기가 어렵고, 방 간격은 좁고, 노래 부르는 행위는 비말(침방울)을 많이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에 복도, 화장실 등 공용 장소를 통해서 옮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까지 국내 병원, 콜센터, 종교시설 등의 확진 사례를 따져본 결과 공조를 통해 코로나가 전파된 사례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 단계에서는 환풍기 등 공조 시스템을 통한 전파인지, 노래방 어딘가에 묻어 있던 확진자의 침방울로 인한 전파인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침방울이 많이 튈 수밖에 없는 노래방은 감염 위험이 높은 만큼 가급적 방문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