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의 윤리

김애령 지음|봄날의 박씨 280쪽|1만8000원

김애령 이화여대인문과학원 교수가 ‘주체와 타자 그리고 정의의 환대에 대하여’란 부제를 달고 펴낸 철학책이다. 김 교수는 지난 10년간 소수자의 삶을 다룬 현대 서양철학의 담론을 활용해 우리 사회의 언어와 윤리를 연구해왔다. 동시에 ‘자신의 삶에 대한 말하지 못하는 서울 용산의 성매매 여성’도 취재했다. 김 교수는 ‘말할 수 없고, 말하더라도 들리지 않는 소수의 육성을 어떻게 듣고,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라고 물은 뒤 ‘소수자가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사회적으로 ‘듣기의 윤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추상적 철학을 삶의 구체성이 담긴 문학작품으로 풀이한 책이다. 파울 첼란의 시 ‘너도 말하라’로 시작했다. ‘너도 말하라,/ 가장 마지막 사람으로서 말하라,/ 너의 말을 하라// 말하라-/그러나 아니다를 그렇다와 가르지 마라/ 너의 말에 의미를 부여하라:/ 그것에 그림자를 드리우라’는 것. 남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선, 마지막으로 해야 할 말에 마치 그림자처럼 떨어질 수 없는 진실을 담으라는 것. 김 교수는 ‘호모 로쿠엔스(말하는 인간)’의 특성을 깊이 탐구했다. ‘모든 인간이 지닌 서사 정체성은 자기 경험의 해석이면서, 삶을 주제화하는 구성적 행위의 결과’라는 것. 문제는 인간이 무지와 편견으로 인해 진실을 말한다고 하면서도 때때로 거짓을 말하기도 한다는 것. 거짓말을 피하기 위해선 ‘남’의 말을 경청해 ‘나’의 언어를 확대하고 심화함으로써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