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비의 '깡' 공식 뮤직비디오.
경기도 여주시가 올린 '1일1깡 공무원의 깡 커버'.

가수 비가 지난 2017년 발표한 ‘깡’이 뒤늦게 화제다. 유튜브에 올라온 공식 뮤직비디오는 조회 수가 무려 760만(15일 현재)을 넘었을 뿐 아니라 갈수록 빠르게 늘고 있다. 깡 관련 패러디 영상도 100만~200만 뷰를 올리고 있다. 깡 안무를 따라 하는 ‘깡 챌린지’ ‘하루 한 번은 깡 뮤직비디오를 감상한다’는 뜻의 ‘1일 1깡’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뛰어난 춤과 노래, 성실한 연기로 한때 '월드 스타' 칭호까지 얻었던 가수 비는 2010년대 중반부터 내놓는 곡이나 음반, 출연 드라마·영화 등 작품마다 무참히 실패하며 한물간 가수·연기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17년 발매된 앨범 'MY LIFE 愛'의 타이틀곡인 깡은 곡·가사·안무 등 모든 면에서 "진부하다" "시대착오적"이라는 혹평을 들으며 어떤 음원 사이트에서도 100위권에 들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연이은 흥행 실패로 바닥까지 떨어진 인기가 오히려 네티즌의 관심을 끄는 동력이 되리라고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깡의 '악명'을 직접 확인하자"며 뮤직비디오 감상하기가 2018년 하반기부터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1일 1깡'이 밈(meme·인터넷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 전파되는 행동 양식이나 즐길거리)으로 소비되고 있다. 깡 안무를 따라 하는 커버 영상과 패러디 영상이 쏟아져 나왔다.

깡이 화제가 되고 관련 영상이 인기를 얻자 이에 편승하는 방송사와 지자체도 나왔다. KBS청주방송총국은 지난달 14일 '1일 1깡 교과서(이거 보고 따라 하세요)'라는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다. 2017년 비가 KBS 음악 방송 '뮤직뱅크'에 출연했던 방송분을 그대로 올렸다. 지역 방송사는 본사 콘텐츠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이 영상은 190만이 넘는 조회 수를 올리며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자 KBS전주, 울산MBC 등 다른 지역 방송사들도 비가 본사 프로에 출연했던 영상을 경쟁적으로 업로드하고 있다. 경기도 여주시는 공무원이 깡 안무를 추는 가운데 봄철 산불 조심 경고 자막이 나오는 '1일 1깡 공무원의 깡 커버'를 게재했다. 이 영상은 지자체의 공익성 영상답지 않게 6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깡 열풍에 쉽게 올라타려다 헛발 디딘 정부 기관도 나왔다. 통계청은 지난 1일 깡 뮤직비디오에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다. "통계청에서 깡 조사 나왔습니다. 2020년 5월 1일 오전 10시 기준 뮤직비디오 조회 수 685만9592회. 39.831UBD입니다." UBD는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비롯된 용어로, 주인공 엄복동의 이니셜을 땄다. 2019년 2월 개봉한 이 영화는 누적 관객 17만 명에 그치며 흥행 참패했고, 온라인상에서 '1UBD=17만'이라는 비하·조롱이 담긴 단위로 쓰인다. 그러자 "공공기관에서 조롱하는 의미를 내포한 용어를 사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난이 터져 나왔고, 통계청은 공식 사과까지 해야 했다.

1일 1깡 열풍이 비에 대한 놀림으로 끝날지, 제2의 전성기를 위한 발판이 될지는 비에게 달린 듯하다. 궁예 등 카리스마 넘치는 배역으로 이름 날렸던 배우 김영철은 ‘야인시대’에서 그가 외쳤던 ‘사딸라’ 영상이 급부상하자 친근한 이미지를 얻었고, ‘국민 동네 아저씨’로 거듭나며 인기를 되찾았다. 비 역시 2014년 발표한 ‘La Song’이 반응이 좋지 않았지만, 후렴구가 태진아 노래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자 재빠르게 태진아를 게스트로 모시고 음악 방송에 나가 공동 무대를 선보이며 1위에 오른 바 있다. 비의 1인 소속사 레인컴퍼니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써브라임 아티스트 에이전시(SAA) 관계자는 “어쨌건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됐으니 나쁘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