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명과학기업 모더나 홈페이지 화면.

백신 개발은 통상 10~12년이 걸린다. 코로나 백신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낙관적으로 전망해도’ 올해, 내년을 얘기하는 것은 ‘희망고문’이라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요즘 좀 달라졌다. 미국 등 각국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절차 지원, 전세계 굴지의 제약사들의 전력 투구, 생명과학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등으로 백신 개발 시기가 예상보다 많이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며 "내 생각엔 올해 말까진 백신을 가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거의 동시에 (백신) 분배도 이뤄질 것"이라며 "군에 준비를 갖추게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 백악관은 올 연말까지 백신을 유통한다는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까지 운용하고 있다.

그 다음 이른 시기를 제시한 사람은 백악관 코로나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로, 내년 1월이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1월까지 백신 수억 개 생산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파우치 소장은 12일 미국 상원의 화상 청문회에서는 “최소 8개의 코로나 백신 후보물질이 임상시험 단계에 있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판단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미 국립보건원이 모더나와 함께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에 대해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성공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모더나가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은 미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아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빌 게이츠도 이달초 자신이 운영하는 자선재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홈페이지에 "향후 9개월 안에 코로나 백신이 나올 것"이란 글을 올렸다. 향후 9개월이면 내년 1월쯤이다. 그는 최근 400억 달러(약 49조원)가 넘는 기금의 일부를 코로나 백신 개발에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의약품청(EMA) 백신 전략 책임자인 마르코 카발레리는 14일 화상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일부 백신이 지금부터 1년 후인 2021년 초에 승인 준비가 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을 기초로 한 예측일 뿐"이라면서 이는 '최선의 시나리오'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과 비슷한 시기에 코로나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가오푸(高福)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주임은 지난달 24일 "9월이면 우리는 긴급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코로나 백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가 다시 대규모 확산하면 임상 시험 2상 또는 3상에 있는 백신이 의료진 등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오 주임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 백신은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백신 분야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제넥신 등의 후보물질 3종이 올해 중으로 임상시험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단 관계자는 전했다. 백신은 2021년 하반기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올해말 백신 임상시험 개시 등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실제로 가능할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섣부르게 희망을 제시하기보다 냉정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후보물질을 찾아내 동물에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는 단계다. 오는 9월부터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제넥신 성영철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백신 후보 물질이 원숭이에서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를 생성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관계 부처의 신속한 승인이 이루어지면 6월 임상시험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민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