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란 소설가

3년 전, 가족이 멀리 이사를 가게 돼 얼떨결에 독립했다. 다행히 아는 사람을 통해 괜찮은 집을 구했다. 지인에게 들은 이 건물의 장점과 단점은 하나였다. 다들 조용해서 이웃집에서 나는 소리가 너무 잘 들린다는 것이었다. 집주인도 내게 살기가 괜찮은지 물으며 이 집의 장점으로 "여기 사는 모두가 조용해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건물에는 나까지 8명이 산다. 집에 왔던 모든 이들이 "이렇게까지 조심을?" 할 정도로 조심하며 지낸다. 어쩌면 이 건물에선 내가 제일 시끄러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매일 빨래를 하던, 몹시 고치고 싶던 버릇 하나를 완전히 고쳤다. 아무리 낮이라도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는 매일 듣기에 분명 좋은 소리는 아닐 것이다.

모두가 조용한 이 건물에서 내가 많이 듣는 소리가 있다. 바로 웃음소리다.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가장 많이 들리는 건 공교롭게도 건물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집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나는 소리다. 아이들은 늘 그곳에서 소리를 지르며 논다(특히 주말 낮이 가장 심하다). 아이들이 소리만 지르는 건 아니다. "야~ 꺄아~" 한 다음엔 늘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가끔은 넘어졌는지, 서로 다투기라도 했는지 엉엉 울다가도 다시 까르르!

그다음 많이 듣는 소리는 옆집인 디자인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다. 낮에 집에 있으면 들린다. 한번은 사무실 직원이 "혹시 어제 많이 시끄러우셨나요" 하고 물어 "웃음소리 들으니 기분 좋던데요" 하니, 내가 배려해서 그렇게 말한 줄 알고 미안해하길래 "진심입니다"라고 다시 말한 적이 있다.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종일 누워 있을 때가 있다. 누워서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누군가는 소리 죽여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어디선가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면 어쩐지 "나도 좋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