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갓’ 칭호가 옮겨가야 할 듯하다. ‘갓은숙’으로 불렸던 김은숙 작가가 SBS ‘더킹: 영원의 군주’로 좀처럼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tvN ‘사랑의 불시착’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박지은 작가가 어나더 클라스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 2월 16일 종영한 tvN ‘사랑의 불시착’은 남한의 재벌녀 윤세리(손예진 분)와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 분)의 로맨스라는 독특한 배경 설정과 흥미진진한 전개로 시작 전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남북을 뛰어넘은 현실 판타지 로맨스로 안방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덕분에 tvN 드라마 역대 시청률 1위를 경신했다. ‘사랑의 불시착’ 마지막 회는 유료플랫폼에서 가구 평균 21.7%, 최고 24.1%를 기록(닐슨코리아 기준)하며 '국민 로코 드라마'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오래도록 시청률 1위를 지켰던 김은숙 작가 ‘도깨비’의 20.5% 기록을 보란듯이 뛰어넘은 셈이다.

박지은 작가의 마법 같은 필력에 국내 시청자들은 물론 전 세계 팬들도 매료됐다. ‘사랑의 불시착’은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과 영어권, 라틴 아메리카 지역은 첫 방영일부터 매회 정규 방송 종료 후, 일본과 유럽 지역은 2월 16일 전 회차가 동시에 공개됐는데 반응은 대단하다.

필리핀,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에서 오랜 기간 동안 넷플릭스 TOP 10 상위권을 유지하며 엄청난 신드롬을 만들어냈으며, 각 나라의 스타들이 ‘사랑의 불시착’ 팬임을 인증하는 등 식지 않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대륙에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 영화 평점 전문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97%를 받아 한국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고 워싱턴포스트와 포브스에서 각각 ‘반드시 봐야 할 국제적 시리즈 추천작’과 ‘2019년 최고의 한국 드라마’에 선정되는 ‘대박’을 냈다.

해외 팬들이 열광하는 포인트가 바로 남과 북의 특수한 배경 설정이다. 미국 CNN, AP통신, ABC News, 포브스, 스페인 통신사 등 여러 매체들이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에 인터뷰를 요청하고 있는데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실감나게 재현한 북한의 모습이 전 세계인에게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고 평하기도.

현빈과 손예진 등 배우들의 명연기와 이정효 감독이 아름다운 연출이 한몫했지만 역시나 박지은 작가 특유의 필력이 통했다. 전작인 SBS ‘별에서 온 그대’, ‘푸른 바다의 전설’ 등에서 보여줬던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드는 로맨스가 국내는 물론 해외 시청자들의 감성까지 홀린 걸로 풀이된다.

박지은 작가가 승승장구하는 사이 tvN 역대 드라마 시청률 1위를 내준 김은숙 작가는 SBS로 둥지를 옮겨 ‘더킹: 영원의 군주’를 준비했다. 게다가 ‘상속자들’의 이민호, ‘도깨비’의 김고은과 오랜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다는 소식에 드라마 팬들의 기대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 열린 ‘더킹: 영원의 군주’는 기대 이하였다.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라는 평행세계 판타지 요소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에 실패했다. 이민호가 그리는 이곤 캐릭터, 즉 전형적인 백마탄 왕자님 설정은 안방에 통하지 않았다.

난해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2% 부족한 연기는 총체적 난국이라는 평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커피, 치킨, 화장품 등 과도한 PPL(간접광고)로 몇 안 되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깨고 말았다. 연일 작품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말맛은 곳곳에 포진됐지만 시청자들에게는 거북하기까지 하다. ‘파리의 연인’, ‘시크릿가든’, ‘상속자들’, ‘신사의 품격’,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에서 ’마법’이라고 불렸던 김은숙 작가의 필력이 소름 돋을 정도로 사라진 모양새다.

이는 시청률 성적표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4월 17일 방송된 1회 시청률은 11.4%(닐슨코리아)로 출발했지만 지난 9일 전파를 탄 8회는 8.1%까지 하락했다. 전날 방송된 7회 역시 같은 수치라 좀처럼 회복세를 그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수치는 2020년 방영된 SBS 금토, 월화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낮다. 전작인 ‘하이에나’는 물론 ‘스토브리그’, ‘아무도 모른다’, ‘낭만닥터 김사부2’까지 SBS는 ‘드라마 왕국’ 타이틀을 확보할 정도로 올해 눈부신 결과를 냈는데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 제일 초라하게 됐다.

이렇게 되니 라이벌로 묶였던 박지은 작가와 김은숙 작가 사이 간격은 더 멀어지고 말았다. ‘사랑의 불시착’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대박’을 낸 박지은 작가와 ‘더킹: 영원의 군주’로 씁쓸한 ‘쪽박’을 차게 된 김은숙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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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SBS,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