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말 데르비슈 전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의 경제·사회 활동을 거의 마비시켰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감했고 일부 대도시 상공은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맑고 깨끗해졌다. 그러나 역성장(degrowth)은 환경 재앙을 피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전략이 아니다. 인류는 경제 활동 자체를 줄이기보다 이를 더 탄력 있게 만드는 방식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는 테일 리스크(tail risk)를 방치한 대가가 얼마나 큰지 잘 보여주고 있다. 테일 리스크는 통계 정규분포도의 양쪽 끝 부분처럼 실제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한번 일어나면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 기후 변화 위험은 좀 더 점진적이긴 하지만 코로나 사태만큼 크다. 국제사회가 지금 건강이나 경제 위기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후 변화 위험을 잊어선 안 된다.

고무적이게도 최근 녹색 기술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클린 에너지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이런 기술의 발전은 기후 보호와 경제 발전 사이의 거리를 훨씬 줄이고 있다. 녹색 투자는 보조금 없이도 충분히 경제성을 갖게 됐고 재생 에너지는 대부분 나라에서 가장 저렴한 선택지가 됐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로 화석 연료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원유 가격은 지난달 말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떨어져 199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산유국들이 생산을 줄이겠지만 앞으로 상당한 기간 저유가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저유가는 재생 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유가 폭락은 화석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인 탄소세를 매기거나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세금 인상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다. 게다가 탄소세는 휘발유 값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유가 폭락으로 탄소세를 부과할 만한 공간이 생겼다. 탄소세를 부과하더라도 유가는 여전히 싸다. 조세 저항도 덜할 것이다. 예를 들어, 탄소 1t당 200달러의 세금을 부과하면 현재 1 갤런(3.8L)당 1.80달러인 휘발유 가격이 2.30달러가 된다.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유가에 탄소세를 연동하게 하면 유가 상승을 막아 가격 안정제 역할도 할 수 있다. 재정 수입도 증가할 것이다.

탄소세가 특효약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초저유가 상황은 코로나 사태 이후 지구 온난화에 대응할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는 기후 변화에 있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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