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왼쪽), 최강욱 대표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신임 대표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걸었다. 열린민주당은 작년 '조국 사태' 때 조 전 법무부 장관 수호에 나섰던 인사들을 앞세워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3석을 얻었다. 현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최 대표는 대표적인 '친(親)조국' 인사다. 현재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최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7분간 통화하고 최 대표가 선거 기간 겪었을 노고를 위로했다고 열린민주당은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 대표에게 "총선 과정에서 동고동락한 열린민주당 후보들과 당원들께 격려와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며 "서로 위하면서 협력하는 과정이 참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에 편하게 같이 식사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자"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권력기관 개혁 문제는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의 실질적 구현과 남아 있는 입법 과제의 완수를 함께 이루어야 할 과제"라며 "열린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는 7월 공수처 출범 등 향후 '검찰 개혁' 관련 후속 법안 처리에 힘을 실어달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소수 정당 입장에서는 국회 내에서 다른 정당과의 협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최 대표는 "국민께 (총선 때) '등대 정당'이 되겠다고 말씀드렸다. 소통과 협력에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열린민주당 최강욱 신임 대표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걸어 "동고동락"을 언급하며 각별한 애정을 나타낸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총선 과정에서 열린민주당을 대한 태도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창당한 열린민주당은 최 대표를 비롯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을 주축으로 해 "민주당과는 형제당"이라며 '친문(親文) 적통'을 내세웠다. 그러자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라"며 선 긋기에 나섰었다.

그런 열린민주당을 향해 문 대통령이 애정을 표시하며 협력을 요청하자 민주당 안에서는 "결국 열린민주당은 우리 편이라는 메시지를 나타낸 것"이란 말이 나왔다. 특히 최 대표는 조 전 장관을 수사해 기소한 윤석열 검찰총장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검찰·언론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총선 당선 후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확실하게 알도록 갚아 주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에선 문 대통령과 최 대표의 통화에 당황하는 분위기도 엿보였다. 이해찬 대표는 작년 10월 조국 사태와 관련해 "청년들의 박탈감과 좌절감을 헤아리지 못해 매우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여권 인사는 "문 대통령이 최 대표를 챙기는 모습에서 총선 때 열린민주당과 선 긋기를 했던 이 대표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은 생각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총선 과정에서 "열린민주당과 합당은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로 두 당의 합당 문제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권의 한 인사는 "민주당 수뇌부에서 열린민주당을 총선 전처럼 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