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이 지난 11일 '부정선거' 증거라며 투표용지 6장을 공개할 때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가 사라진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중앙선관위는 이 투표용지가 유권자가 실제 투표한 용지는 아니어서 민 의원이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전례 없는 투표용지 유출로 부정선거 시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민 의원이 지난 11일 공개한 투표용지는 경기 구리시 수택2동 제2 투표구의 잔여 투표용지들이다. 구리시 선관위는 4·15 총선 투표가 끝난 뒤 잔여 투표용지를 봉투와 선거 가방에 넣고 봉인한 뒤 개표소인 구리시 체육관 내 체력단련실에 임시 보관했다. 이후 선관위 개표 과정에서 수택2동 제2 투표소의 투표자 수와 투표용지 교부 수가 일치하지 않았다. 이에 선관위는 선거 가방 봉인을 뜯고 잔여 투표용지 장수를 다시 확인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는 투표자 수와 투표용지 교부 수가 일치하는 점을 확인하고 문제없다고 결론지었다.

선관위가 잔여 투표용지 장수 등을 확인한 시각은 15일 오후 8시 30분쯤이다. 이후 잔여 투표용지를 봉투에 담아 선거 가방에 넣기는 했지만 16일 새벽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봉인하지는 않았다. 잔여 투표용지를 다시 봉인해 보관해야 한다는 선관위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이후 선관위는 개표가 끝난 뒤 잔여 투표용지를 포함해 모든 투표용지와 서류 등을 구리시 선관위 사무실로 옮겼다. 그 뒤로 민 의원이 11일 투표용지 6장을 공개할 때까지 사라진 것을 몰랐다.

선관위의 설명이 맞는다면 문제의 투표용지는 15일 오후 8시 30분부터 16일 새벽 개표 종료 사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누가 잔여 투표용지 6장을 빼내갔느냐는 것이다. 개표소에는 CCTV가 설치됐지만, 체력단련실은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 개표 당일 개표소인 구리시 체육관엔 선관위 관계자, 개표 사무원, 참관인 등 300여 명이 있었다. 선관위는 이 중 투표용지를 훔친 사람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지난 12일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다른 의문점은 외부로 반출된 잔여 투표용지가 어떻게 인천 연수을이 지역구인 민 의원 손에 들어갔느냐는 점이다. 민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제보자 보호 차원에서 누가 줬는지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검찰이 나를 조사하면 드디어 부정선거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는 "잔여 투표용지 관리가 부실했던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선거 조작과 인과 관계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