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 전쟁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였던 대구의 병의원들이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환자를 받기 위해 병실을 비웠던 거점 병원은 정부의 손실액 지원이 일부 미뤄지면서 존폐 기로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다른 병의원들도 환자가 급감해 직원 월급조차 주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13일 대구시청 앞에서 이성구(앞줄 오른쪽에서 둘째) 대구시의사회 회장이 대구 병의원 경영난에 대한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입장문을 읽고 있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 회장 등 대구시의사회 회장단 10명은 13일 오후 대구시청 앞에서 정부의 지원과 대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코로나라는 사상 초유의 질병과 싸우며 여러 병원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며 "병원의 폐업이나 도산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과 대책을 정부에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2일 노성균 대구시 북구의사회장은 병원 경영난을 호소하며 대구시청 앞에서 삭발을 감행했다. 노 회장이 운영하는 병원은 직원이 40명으로, 월급 등 매월 고정 지출액이 1억3000만~1억7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2∼4월 환자가 거의 없어 월급도 주기 어렵다. 노 회장은 "이곳저곳 손을 벌려서 간신히 직원들 월급을 줬다"며 "이대로 가다간 곧 병원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7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정부로부터 지난달 한 차례 10억원이 안 되는 손실분을 지원받았지만 역부족이다. 손실 보상을 받기 위해 관련 서류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지만 "지원 항목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며 추가 지원이 늦어지고 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일반 진료를 중단하고 463병상을 모두 확진자 입원과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조사에서도 이 같은 어려움은 확인된다. 지난달 10∼21일 대구·경북·광주·전남의사회 소속 의원급 의료기관 및 검진센터 352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일일 외래 환자 수가 대구·경북의 경우 3월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7.1명과 47.6명이 감소했다. 매출액 역시 크게 줄었다. 코로나 환자가 급증한 3월에는 전체적으로 월평균 매출액이 2926만원 감소했다. 대구는 3월 중 4636만원, 경북은 3월 중 3569만원의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