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코로나 사망자가 공식 통계보다 70% 이상 더 많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국이 사망 통계를 조작한다는 의혹이다.

러시아 각 시(市) 정부가 공개하는 매월 사망자 수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해보면, 올 4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두 도시의 사망자 수는 최근 5년치 평균보다 2073명이 더 많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두 도시의 공식 코로나 사망자는 629명이다. 2073명에서 629명을 제외한 1444명이 모두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라고 확인할 수는 없지만 상당수가 공식 사망자 통계에서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FT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러시아의 코로나 공식 사망자 수인 2009명(11일 기준)의 72%에 달하는 숫자가 누락됐다는 것"이라고 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의혹을 처음 제기한 러시아 인구 통계학자를 인용해 "러시아 전역에서 코로나 관련 사망의 70~80%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12일 기준 러시아의 코로나 확진자는 23만명이 넘어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지만 사망자는 2100여 명에 그친다. 러시아는 열악한 의료 시스템에도 0.9%밖에 되지 않는 낮은 사망률 때문에 '코로나 미스터리'로 불려왔다. 확진자 수가 22만명대인 스페인과 영국은 각각 2만6000여 명, 3만2000여 명이 코로나로 숨졌다. 이 때문에 통계 조작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 의료 체계에서는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장기(臟器)의 병명을 사망 원인으로 기재하는 관행이 있는데, 이를 악용해 당국이 숫자를 낮췄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사인(死因) 조작'이다. 실제로 지난 3월 19일 러시아에서 공식 첫 코로나 사망자로 보고된 모스크바 거주 여성(79)은 이후 사인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혈전증'으로 바뀌면서 공식 사망자 통계에서 빠졌다고 NYT는 전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크렘린궁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앞서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도 코로나에 감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