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코로나에 뚫렸는데도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 대통령이 계속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건 '정치적인 선택'이란 분석이 나왔다. AP통신과 CNN은 백악관과 재선 캠프 관계자들을 인용, 트럼프가 최근 "내가 마스크를 쓰면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선 12일 현재 코로나로 8만여 명이 사망하고 실업률이 14.7%로 치솟았지만, 트럼프는 '방역은 성공했고 경제 활동을 재개해도 된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데 자신이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면 국민에게 위기감을 조성하고 경제 회복을 지연시켜 재선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또 "마스크를 쓰면 TV에 우스꽝스럽게 나올 것" "마스크 쓴 내 모습을 야당이 악용할 것"이라고 걱정한다고 한다. 그는 지난 6일 애리조나의 마스크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고글만 착용해 논란이 됐는데, 방송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땐 마스크를 썼다고 CNN은 전했다. 자신의 이미지에 집착하는 트럼프는 평소 '나약해 보이는 것'을 죄악시하고 '터프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염병 예방을 위해 마스크 쓰는 것조차 '바이러스를 겁내고 전문가와 관료의 명령에 굴복하며,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남자답지 못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 참모진도 트럼프 눈치를 보느라 마스크를 못 썼다고 한다. 백악관에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이 불문율은 깨졌지만, 트럼프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끝까지 '노(No) 마스크'에 동참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