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선(大選) 공약으로 전남 나주에 설립될 한전공대 자금 출연을 맡은 한국전력이 자회사 10곳에 비용 분담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은 한전공대 설립·운영 비용 1조6000억원 중 1조원을 부담하는데, 이 가운데 36% 정도를 자회사에 부담시킬 계획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1년 만의 최대 영업 손실을 낸 한전이 자회사들에 재원 마련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정유섭 미래통합당 의원이 한전에서 제출받은 '학교법인 한전공대 설립 허가 및 전력그룹사 1차 분담금 납부 안내'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자회사 10곳에 6월 첫째 주까지 설립 출연금을 납부할 것을 요청했다. 자회사 규모에 따라 6억원에서 30억원까지 분담액을 지정했다. 총분담액은 216억원으로 한전공대 설립 1차 출연금 600억원 중 36%에 달한다. 형식은 '요청'이지만 자회사로서는 거스를 수 없는 지시다.

한전 측은 앞으로도 자회사들이 이 분담 비율대로 한전공대 설립·운영비를 납부하도록 할 계획이다. 자회사들이 총 3600억원 정도를 부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한전이 비용 상당 부분을 자회사에 전가하는 건 그만큼 재정 상태가 나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전은 지난해 창사 이래 둘째로 큰 1조2765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전력 생산 비용이 저렴한 원전 가동을 줄이고 값비싼 신재생에너지·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늘리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출연금을 분담하게 된 자회사들 역시 실적이 좋지 않은 상태다. 한수원을 비롯한 발전 6사의 지난해 부채 총액은 68조4097억원으로 2018년(59조1856억원)보다 15.6% 늘었다. 정유섭 의원은 "대선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전 및 자회사들의 재정이 악화하고 있다"며 "이들의 부담이 커지면 결국 전기료 인상 등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과거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도 한전과 자회사들이 출연금을 분담해 설립했다"며 "한전공대는 에너지 전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자회사들도 함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한 한전공대는 전남 나주 부영컨트리클럽 일원 120만㎡ 부지에 들어설 계획이다. 학생 1000명(학부 400명·대학원 600명)의 등록금과 기숙사비 전액을 지원하고 '석학급' 교수 4억원, 정교수 2억원 등 교수진에게도 고액 연봉을 지급하는 연구중심대학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