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서 지인을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된 A(31)씨가 또 다른 여성의 실종 사건에 연관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달 부산에서 실종된 여성의 머리카락 등이 A씨의 차량에서 발견되면서다. 경찰은 연쇄 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부산 실종 여성의 행방을 찾고 있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씨의 차 안에서 부산에서 전주로 온 뒤 실종된 B(29·여)씨의 머리카락과 물건이 발견됐다. 경찰은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B씨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경찰이 B씨의 머리카락 등을 발견한 건 지난달 19일이다. 이날 A씨는 지인 C씨(34·여)를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됐는데, 차량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B씨의 머리카락과 사용한 물건이 발견됐다.

당초 경찰은 A씨의 차에서 C씨가 아닌 다른 여성의 머리카락이 나온 것을 수상하게 여겼다. 경찰은 우선 C씨의 실종 사건에 집중하고, B씨의 머리카락 등을 증거 물품으로 남겨뒀다. 긴급체포 당시엔 B씨의 실종신고가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B씨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건 A씨가 긴급체포되고 열흘이 지나서다. 그의 가족이 지난달 29일 “며칠째 B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 B씨는 지난달 18일쯤 부산에서 전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경찰에 체포되기 하루 전이다. 이날 전주 한옥마을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B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B씨의 행적을 쫓던 중 A씨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통해 연락한 정황을 찾았다. A씨의 휴대전화와 방범카메라 등을 분석한 결과 B씨가 전주에서 머물렀던 동선과 상당 부분 겹쳐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차 안에서 다투는 장면이 담긴 방범카메라도 확보했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A씨가 B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