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의 독주를 막아라." 21일 개막하는 한국여자바둑리그 대회장엔 이런 격문이 나붙을지도 모른다. 단체전 리그에서 웬 특정 기사 견제냐 싶지만, 최정(24) 9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런 말이 나올 만큼 압도적이다.

2015년 원년 대회 이후 5년간 여자리그 역사는 최정의 역사이기도 했다. 첫해를 제외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다승왕에 올랐다. 2018년의 단일 정규 시즌 최다승(14승 2패), 지난해 수립된 정규 시즌 첫 전승(10승) 기록 작성자도 최정이다.

2019 여자리그 준플레이오프서 대국하는 최정. 당시 사이버오로 선수로 출전한 그는 리그 사상 최초로 한 시즌 전승 기록을 세우는 등 독보적 활약을 보여주었다.

5년간 쌓아온 66승 10패(포스트시즌 포함)는 여자리그 통산 다승·승률 두 부문 1위에 해당한다. 2위 오유진(58승 23패), 3위 김채영(56승 21패) 등과 격차가 크다. 2016년과 2018년 소속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두 차례 MVP에 올랐다.

최정은 현재 국내 여성 기사들을 상대로 46연승 중이다. 2018년 10월 여자국수전 결승 3번기 1국서 이슬아에게 패한 이후 19개월 넘게 패점이 없다. 이 기간 국제전을 포함한 여성 상대 전적은 78승 5패에 달한다. 최정을 뽑은 신생 팀 보령머드 문도원 감독이 "너무 든든해 배가 부를 정도"라며 환호할 만했다.

국내 여자 랭킹은 77개월째 1위다. 남녀 통합 랭킹은 19위. 이 부문 여성 2위인 오유진은 100위권 밖으로 까마득하게 떨어져 있다. 비공식 세계 랭킹 사이트 '고레이팅'이 최정을 세계 1인자로 올려 놓은 지도 여러 달이 경과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정이 2020년 기록 중인 12승 12패엔 여자 기사와 둔 대국이 한 판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코로나 사태 여파로 각종 대회 일정이 꼬이면서 오직 남성 기사와만 싸웠다. 정규 시즌에만 14국이 예정된 이번 여자리그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들지 주목된다.

올해 여자리그 최고령·최연소 선수는 박지은(37) 9단과 김은지(13) 초단이다. 박지은은 4시즌 통산 26승 31패로 루이나이웨이(57·26승 18패)의 최다승 기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최연소 프로이기도 한 김은지는 삼척 팀에서 일약 2지명으로 지명했다.

올 시즌도 3판 다승제 팀 더블 리그(총 14라운드 168국)를 거쳐 프로야구 방식(스텝래더) 포스트시즌을 치러 최종 순위를 가린다.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용병을 부르지 않은 것이 이번 시즌 특징 중 하나. 5개월간 이어질 레이스 우승 팀에는 상금 5500만원이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