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선수들에게 5월은 '반지 사냥' 철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이례적으로 시즌이 멈춰버리자 다른 사냥에 나섰다. 사냥터는 농구 코트가 아니라 책상 위다.

브루클린 네츠의 슈팅 가드 개릿 템플(34)은 요즘 하루 종일 온라인 법률 강의를 들으며 미국 로스쿨 입학시험(LAST) 공부를 한다.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LSU)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농구 이후의 삶을 위해 법학 학위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하다가 코로나 사태를 기회로 삼았다. 왜 법률 공부일까. 그는 "흑인 아이들이 학교에서 교도소로 직행하는 악습이나 교도소엔 흑인만 득시글거리는 사회구조를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포인트 가드 채이슨 랜들(27·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은 평소 관심 많던 패션 디자인을 공부한다. 그의 강의실은 각계 명사가 강사로 참여하는 단기 온라인 강좌 플랫폼 옐로 브릭. 랜들은 스탠퍼드 대학에서 흑인학(African Studies)을 전공했고, 심리학 석사 과정 도중 NBA에 진출했다.

올여름에 자신만의 의류 출시를 목표로 벌써 브랜드 이름까지 볼하드(Volhard)로 정했다. 네덜란드어로 '인내심'을 뜻한다. 그는 "지금까지 NBA는 물론 체코·스페인·중국 등 여러 나라를 옮겨다니는 불확실한 삶을 살았는데 공부는 확실한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옐로 브릭에선 랜들뿐만 아니라 안드레 드러먼드(27·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루 윌리엄스(32·LA클리퍼스) 등 NBA 선수 30여 명이 '글로벌 스포츠 경영학' '음악 산업학' '길거리 패션 개론' 등 다양한 수업을 듣고 있다. 애틀랜타 호크스의 센터 존 콜린스(23)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어머니와 수다를 떨기 위해 온라인 스페인어 강좌를 선택했다.

향후 봉사활동을 염두에 둔 선수들도 있다. 노먼 파월(27·토론토 랩터스)은 수화(手話), 코디 젤러(28·샬럿 호넷츠)는 목공을 온라인으로 배운다. 젤러는 강습 시작 한 달 반 만에 옷장을 뚝딱 만들며 목공 재능을 발견했다면서 "앞으로 지역 주택 개선 사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그레그 테일러 NBA 선수역량개발 수석부회장은 "코로나 사태는 불행한 일이지만, 리그가 멈춘 시간을 유용하게 쓰는 선수들이 많아 기쁘다"며 "선수들이 코트 밖 삶에 미리 적응하고 대비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