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덩치가 큰 음악은 무엇일까? 물리적으로 큰 대상을 그릴수록 덩치가 크다고 한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영국 출신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1874~1934)의 '행성'이다.
'행성'은 '화성(Mars)' '금성(Venus)' '수성(Mercury)' '목성(Jupiter)' '토성(Saturn)' '천왕성(Uranus)' '해왕성(Neptune)' 등 일곱 곡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에서도 '화성'은 멋진 선율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명왕성은 빠졌다. 홀스트가 죽기 직전 발견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됐으니, 홀스트는 하늘나라에서 흡족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홀스트의 '행성'은 서양 음악사 중 가장 큰 물리적 실체를 다루는 작품일 것이다. 무려 태양계를 아우른다. 산과 바다와 같은 지구의 자연물은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
머지않아 더욱 덩치가 큰 음악들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인식 범위는 나날이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7년 발사된 두 개의 보이저호는 태양계 너머 성간우주에 진입했다. 언젠가는 저 멀리 둥근 띠 모양의 오르트 구름을 관측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대단한 발견 이후엔 또 어떤 덩치 큰 음악들이 탄생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후대 작곡가들의 음악 콘텐츠는 이렇게 늘어나는 중이다.
아, 비록 물리적으론 측정하기 어렵지만 생각보다 더 큰 것도 있다. 바로 인간의 '사랑'이다. 수많은 음악가는 가장 큰 가치를 자연물이 아닌 사랑에서 찾았다. 예술가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 경이로운 자연현상이 아니라 그들 안에 타오르는 사랑이었다. 슈만은 평생 아내 클라라를 위해 노래했고, 슈베르트는 음악으로 사랑을 수줍게 고백했다. 또 인류애를 노래한 베토벤 교향곡 9번은 시대를 초월한 불멸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음악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덩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