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현관에 이곳 주민 A씨를 비난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A씨는 이태원 클럽에 방문했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태원 업소 가서 날라리처럼 춤추고 확진자 되(돼)서 좋겠습니다. 부모님·당신도 사람들입니까."

지난 9일 인천시 부평구의 한 아파트 현관에 이 같은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지난 3일과 5일 서울 이태원 클럽에 갔다가 코로나에 감염된 20대 확진자 A씨가 사는 아파트다. A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피부과, 댄스 연습실, 코인노래방 등을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누나도 지난 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학부모 일동'이라고 밝힌 대자보 작성자는 "어린아이, 중고등학생들도 밖에 못 나가고,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있는데 미안한 줄 알라"며 A씨를 비난했다. 추신으로 '뜯지 말라'는 내용도 있었지만 대자보는 몇 시간 뒤 사라졌다. 11일 만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이 금방 떼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이태원 클럽을 통해 확산하면서 일부에서 성 소수자들을 비난하고 있다.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태원 클럽 내부 영상'이라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남성 20여명이 춤을 추는 동영상에는 '더럽다' 등 성 소수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댓글이 달렸다. 비난은 신상 털기로 이어졌다. 용인 66번 확진자와 함께 클럽에 방문했다고 알려진 의류회사 직원의 이름과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됐다. 그러나 실제 확진자가 맞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난 때문에 클럽 이용자가 자발적 검사를 꺼리게 되면서 방역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하대병원 감염내과 이진수 교수는 "클럽 방문 자체로 잘잘못을 따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도 "클럽 이용자들이 숨어버리면 방역에 구멍이 뚫리게 된다"며 "클럽 방문자들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비난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