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인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조속히 시행하겠다"며 "고용보험이 1차 고용안전망이라면, 국민취업지원제도는 2차 고용안전망"이라고 했다. 3일 뒤 코로나 상황이 반영된 악화된 고용통계 발표를 앞두고 고용보험 확대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간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작년 9월 정부가 '구직자 취업촉진·생활지원에 관한 법률안'으로 발의했다.

문 대통령이 '국민취업지원제도 조속 시행'을 언급한 이날, 여야(與野)는 법안 통과에 이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11일 국회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올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이미 예산도 책정돼 있는 만큼 야당도 긍정적 입장"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 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고용보험 확대 적용’ ‘국민취업지원제도 조속 시행’ 등을 말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대상 규모는 특수고용노동자와 자영업자, 미취업 청년 등 약 297만명이다. 법안 통과 시 정부는 올해 책정된 예산 2771억원으로 연말까지 20만명을 먼저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연간 지원 대상이 50만명으로 늘어나는 2022년부턴 매년 1조1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평소 거둔 보험료로 실업급여를 주는 고용보험과 달리 정부 예산을 투입해 무상 지원한다. 당·정·청(黨政靑)은 국민취업지원제도가 고용보험 적용 대폭 확대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자 대폭 확대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 이후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강조하며 "아직도 가입돼 있지 않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조속히 추진하고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 "자영업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 3월 기준 1376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약 2700만명)의 약 50%다. 문 대통령은 "법과 제도를 정비해 고용보험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혀 나가겠다"고 했다.

다만 당·정·청 모두 고용보험 확대의 구체적인 방식·시기, 재원, 우선순위 등과 관련해선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일단 특수고용직과 예술인부터 포함하자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엔 이들을 고용보험 의무 가입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이미 국회에 고용보험 확대 법안이 발의돼 상임위 심사 중"이라며 "이달 중 야당과 충분히 협의해 고용보험 범위에 (더 많은) 우리 국민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5월 고용보험 법안 처리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와 관련해선 "여러 현실적 여건 때문에 지금 한꺼번에 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6일 "일시에 도입될 수 있는 방안이 아니고, 단계적으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준비를 갖추며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야당은 고용보험 확대와 관련, '막대한 재원'을 문제 삼고 있다.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고용보험기금이 최근 3년 새 10조원대에서 7조원대로 내려앉을 만큼 운용 상황이 심각한데, 추진 방식과 재원에 관한 고민 없이 덜컥 청와대와 여당이 나서 공론화한 것은 문제"라고 했다. 고용보험기금은 작년에만 2조877억원 적자를 냈다. 현 체계에서 고용보험 대상 확대 시 보험료를 대폭 올리거나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야 한다.

민주노총은 여권이 고용보험제 '단계적 확대'를 언급하자 "전 국민 고용보험제의 후퇴"라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