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11시 30분 서울 서초구 유명 A클럽 정문은 '휴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은 채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러나 바로 이웃 '헌팅 포차' 입구에는 50m에 가까운 대기 행렬이 펼쳐져 있었다. 헌팅 포차는 클럽처럼 춤추는 무대는 없지만, 가게 전체에 울려 퍼지는 음악에 맞춰 테이블 근처에서 춤을 출 수 있고 남녀 간 자연스러운 합석도 이뤄지는 주점이다. 이 골목에만 헌팅 포차가 3곳 있었는데, 대기 행렬 길이는 대부분 비슷했다. 입장까지 1시간 정도 걸렸다.
서울시는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 확진이 급증하면서 이날 오후 '유흥주점 영업 금지령'을 내렸지만, '헌팅 포차' '감성 주점' 등은 대상이 아니었다. '유흥주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밤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이런 종류의 주점들이 대거 문을 열었고, 가게마다 주말 밤을 즐기려는 손님으로 붐볐다.
헌팅 포차에 들어가려면 입구에서 방명록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야 했다. 하지만 직원이 그걸 전혀 확인하지 않아, 엉터리로 적어내면 그만이었다. 실내 테이블은 뒷좌석에 앉은 사람과 등이 맞닿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남자 손님들은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는 테이블로 마스크를 끼지 않고 다가가 합석했다. 찌개 냄비 하나로 여럿이 나눠 먹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박원순 시장이 '감성주점 영업을 금지한다'고 했지만 성업 중인 것에 대해 "일반 술집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유명 재즈바, 라운지바도 이날 밤 손님으로 넘쳐났다. 이날 자정 무렵 서울의 한 재즈바는 중앙 무대를 둘러싸듯 배치된 테이블 90석(席)이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자리가 나기 무섭게 새로운 손님이 들어와 앉았다. 술을 마시던 한 남성은 "인생은 이렇게 즐겨야 돼" "오늘 클럽이 안 연 게 아쉽네"라고 연신 말했다. 이 업소에서 50m가량 떨어진 B라운지바 입구에는 오전 2시가 넘은 시각에도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경기, 대전으로 '원정 유흥'을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유흥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영업 중인 유흥업소 목록이 실시간 공유됐다. "경기권에서 오늘 영업하는 곳 있나요?"라는 글이 올라오자 20분이 지나지 않아 '인천 ○○, △△' '일산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방역 당국의 경고에도 라운지바, 실내 포장마차 등이 여전히 붐비는 것은 오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지친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젊은 층은 코로나 사태의 위험성을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게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8일부터 5월 1일까지 서울 시민 8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위험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위험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대가 55.3%로 가장 낮았다. 30대는 62.4%, 40대는 57.9%였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20대'는 39.5%만이 코로나를 위험하게 생각했다.
최근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지만, 20대들의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 국한된,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로 생각했다. '용인 66번 확진자'와 같은 날 이태원 클럽 등을 다녀간 사람이 1500여 명이었던 것으로 밝혀진 8일, 신장개업한 강남 R클럽 앞에서 줄을 서 있던 20대 남성은 "코로나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건 게이 클럽 문제 아니냐?"고 답했다. 비까지 왔지만 클럽 앞 대기 행렬은 300m 안팎까지 이어졌다. 이 클럽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음 날 오전 5시 50분까지 클럽 안에 사람이 가득 찬 사진이 올라왔다. 반면, 이태원은 인근 식당들도 문을 닫거나 텅 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