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부산 사직야구장은 썰렁했다. 개막 후 한 번도 안 진 상태에서 치른 이 경기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었다면, 사직구장은 2만4500명 만원 관중의 거대한 함성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관중은 없었지만, 롯데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롯데는 10일 홈경기에서 SK를 4대0으로 누르고 2013년 4월 4일 이후 2593일, 약 7년 만에 개막 5연승을 기록했다. 팀 자체 개막 최다 연승(6연승·1986, 1999년)에는 1승 차이로 다가섰다. 열 팀 중 유일하게 무패를 이어간 롯데는 2014년 4월 5일 이후 6년(2227일) 만에 단독 1위가 되는 기쁨도 누렸다.

롯데 마차도가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 7회 1사 1루에서 2점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면서 3루 주루 코치와 팔꿈치를 맞대고 있다.

롯데 팬은 온라인 포털 사이트 등지에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스타 유격수 매니 마차도(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작년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 투수인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2·워싱턴 내셔널스)가 부산에 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차도는 2012년 MLB 데뷔 후 작년까지 8년간 통산 타율 0.279 (207홈런 598타점)를 기록했으며 올스타에 네 번 뽑혔다.

롯데의 전승 행진을 이끌고 있는 건 그 마차도가 아니라 MLB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소속으로 2015년부터 4시즌 동안 172경기 출전에 그친 딕슨 마차도다. 수비는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타율(0.227) 홈런(2개) 등 공격이 약했다.

지난 시즌 팀 실책 1위(114개)였던 롯데는 당초 내야 수비 강화를 위해 그를 데려왔다. 개막 5경기에서 유격수로 뛴 그는 실책이 아직 없다. KIA에서 이적한 2루수 안치홍(30)과 콤비를 이루면서 안정된 내야 수비를 이끌고 있다. 롯데는 올 시즌 팀 실책이 2개에 불과하다.

마차도는 공격에서도 기대 이상이다. 그는 10일 홈경기에서 2―0으로 앞선 7회 말 SK 서진용(28)을 상대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5일 KT와의 개막전에서 7회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려 7대2 승리를 이끌었고, 8일 SK전에선 서진용을 상대로 8회 8―8 동점을 이끄는 솔로 대포를 뿜어내며 팀의 9대8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5경기에서 타율 0.389(18타수 7안타) 3홈런 5득점 8타점 1도루. 시즌 초반 홈런 공동 1위(3개), 타점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려놓은 마차도는 "홈런에 특별한 비결은 없고 공을 세게 치려 하고 있다. 지금까지 준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분이 좋다"면서 "빨리 팬들이 야구장을 찾아 영상으로만 접한 대단한 응원을 맛보고 싶다"고 말했다.

'롯데의 스트라스버그'는 메이저리그의 그처럼 긴 수염을 기르는 댄 스트레일리(32)였다. 스트레일리는 7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아내며 3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그는 5일 개막전에선 5와 3분의 2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으나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스트레일리는 2012년 MLB 데뷔 후 8시즌간 44승40패(평균자책점 4.56)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LG는 창원 원정 경기에서 개막 4연승을 달리던 NC에 10대8 역전승을 거뒀다. 3―7로 끌려가던 8회에 로베르트 라모스(26)와 채은성(30)의 홈런 등을 앞세워 7점을 뽑았다. KIA는 대구 원정에서 프레스턴 터커(30)가 연타석 홈런 포함, 5타수 5안타 6타점으로 맹활약하며 12대3으로 크게 이겼다. KIA 에이스 양현종(32)은 6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 시즌 첫 승을 거뒀다.